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배를 매며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무슨 신호도 없이
서로 아는 것도 아닌데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船]를 맨다
배를 매보는 일은 이 세상에서의 참으로 드문 경험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와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앉아 있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며 구름과 빛과 시간이,
그리고 그 근처의 물결까지도 함께
매어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를 울렁이며
온종일 떠 있다

하느님 사진

진의식 - 서울 송정국교 6년

지난 주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형록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집에 가
고 있었다. 그런데 형록이가 갑자기 내게 이렇게 물어
왔다.
"하느님이 정말로 계실까?"
그래서 난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럼, 있고말고."
하니까 형록이는 "그러면 너 그걸 증명할 수 있겠니?"
하고 내게 다시 물어 왔다.
나는 증명할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 그 이유는 우리
할머니 댁에 하느님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마음속으로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할머니께서 그 사진을 태우거나 버렸으
면 어떡하나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날 형록이는 어제 일을 까맣게 잊은 듯이 내게 아
무 말도 안 했다. 나는 그때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
다.

미끄러지듯 기슭으로 배가 다가오더니
배 위의 한 남자가 제게 밧줄을 던졌습니다
내게로 날아오는 밧줄을 멀거니 보면서
전 그 밧줄을 집을 생각조차 아니 하였지요
호젓한 부둣에는 오직 나혼자 였을 뿐
밧줄을 매고 그 사람의 마음까지도 함께 매었어야 하는것을 ...
잔물결들이 사라질 때 까지
아주 오랫동안 전 그 부두에 남아
배가 출렁거리는 모습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