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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의 사유 |
| 이기철 |
텅 빈 자리가 그리워 낙엽들은 쏟아져 내린다
극한을 견디려면 나무들은 제 껍질을 튼튼히 쌓아야 한다
저마다 최후의 생을 간직하고 싶어 나뭇잎들은
흙을 향하여 떨어진다
나는 천천이 걸으면서 나무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부분을 기억
하려고 나무를 만진다
차가움에서 따스함으로 다가오는 나무들
모든 감각들은 너무 향기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엽록일까 물관일까, 향기를 버리지 않으면 나무들은 삭풍을 이
기지 못한다
어두워야 읽혀지는 가을의 문장들, 그 상형문자들은 난해하다
더러 덜컹거리는 문짝들도 제자리에 머물며 더 깊은 가을의 심
방을 기다린다
나뭇잎들, 저렇게 생을 마구 내버릴 수 있다니, 그러니까 너희
에게도 생은 무거운 것이었구나
나는 면사무소 정문으로 한 노인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는 것
을 보고, 사람이 나뭇잎보다 더 가벼워질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
각하며 염소들이 지나간 길을 골라 걷는다
가벼운 것들,
뽕나무잎 누에고치 거미줄 잠자리 제비집 종이컵 볼펜 다 읽은
시집들
그러나 나를 짓누르는 것들, 무거운 것들
불면증 월급봉투 서문시장 팔공산 조지 부시 아프간 전쟁 매리
어트 호텔 비자금 영변 경수로 대북송금 김정일 트로츠키 조정래
천리안 이회창 인천공항 유에스 달러
면사무소 은행나무 위에도 가을이 오고
이제 무들이 더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병든 새들과 거지들은 어서 집을 지어야 한다
이 주식의 가을에 사람들은 끝없이 회의를 하고
쫓겨난 염소처럼 나는 혼자 면사무소 옆길을 걷는다
나뭇잎들은 아무것도 추억하지 않는다
은행나무가 그렇듯이, 염소가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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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끄럼틀 |
| 정창교 - 안동 대곡분교 3년 |
파란 미끄럼틀에
아이들이
빨강, 까망 옷을 입고 탄다.
내가 새처럼 날아서
고향 가고 싶다.
1970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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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순수
쓴사람 : 크늘프
새 하얕게 웃고 있는 그 모습에서 순수가 번져나온다
나의 가슴에 스며들어 파문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내 온 가슴을 물들인다
그 후, 내 눈에 비친 세상은 한없이 즐겁고 아름다운,
용서와 화해, 사랑이 넘치는 천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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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