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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밤나무 옆에서 |
| 정유준 |
너도밤나무 옆에서 나도 백살이 된다. 너도밤나무의 울퉁불퉁한 껍
질은 백년 전의 얼굴이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얼굴. 굳게 입을 다물
고 목덜미에 깊게 패인 주름살 모두 오래 묵은 감정이다. 나의 목에도
주름살이 느껴진다. 파란 대기 속에 목을 씻는다. 묵은 감정들이 바람
에 씻겨 나간다. 너도밤나무의 발치에 누워서 살풋 든 풋잠에 백년이
흐른다. 소중했던 이름을 가슴에 묻을 때까지 너도밤나무와 함께 늙
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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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뜨기 |
| 임정섭 - 부산 대양중 2년 |
그물을
뒤집어쓰고서
아버지를 따라
벌통에 간다.
뚜껑을 들어내고
천을 해치면
웽 하고 달라붙는
벌들
훈풍기로 연기를
내서 쫓아 버리고
벌집을 들어낸다.
아버지는
꿀 뜨는 기계에다
밀랍을 넣고서
나보고 돌리라
하신다.
그리고
일 안 하고 먹기만 하는
수벌만 찾아 콕 콕
눌러 죽이다 보면
복수를 안 당할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일을 다 하고 나면
등때기에서
뭐가 슬금슬금
기어다니다가는
콕 하고 쏴준다.
쏘인 자리가
금세 부어오르면
얼른 오줌 묵혀 둔 걸 가지고
찍어 바른다.
그러고는 쏜 벌을
콱 때려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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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링이 불통이지만 행여나 하며 또 시를 보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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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