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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가고 싶다 |
| 박두규 |
나는 요즘 들어 서울에 가고 싶다
예전엔 서울놈들이라고 하면서 즈네들이 내려오면 만나지
뭣하러 일부러 서울에 올라가서 만나냐고 했는데
그 놈들은 늘 바쁘다며 혼자서도 잘 살고 있는데
내가 무엇이 아쉬워 먼저 전화거냐고 했는데
어쨌거나 서울은 늘 나를 고립시킨 주범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젠 이런저런 생각도 없이 서울로 간 놈들이 보고 싶다
이십여년의 세월 동안 내가 여기 남아
그들과 달리 얻어낸 것은 무엇일까
못난 자존심 하나, 그거라도 제대로 지켜냈을까
詩라도 한줄 속이지 않고 써냈을까
노을 진 강가의 느릅나무나 들꽃들,
그 속사정이라도 제대로 읽고 살았을까
무엇 하나 얻지 못한 채 나는 사십대의 끝에 서서
무조건 팽개치기만 했던 서울을 생각한다
서울 친구놈들은 그들대로 할 말이 많다
집 한채 장만하려고 20년을 바둥대고
자존심 같은 거야 어디쯤에 처박아놓고 그냥 살았고
술 한잔 밥 한그릇도 계산 없이 먹어본 일 없단다
하나를 잃으면 모두를 잃을 것 같아
무엇 하나 놓을 수 없었단다
요즘에는 이상하게도 그냥 서울에 가고 싶다
서울에 올라가서 누구라도 만나 술도 많이 마시고 취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어떤 놈하고
아직 불빛이 쌩쌩한 어느 골목 귀퉁이 포장마차에서
서울과 화해하는 맑은 소주 한잔 하고 싶다
별다른 말도 없이 둘이 앉아 흐트러진 정신을 추스르며
그렇게 서울의 새벽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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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 |
| 박운택 - 상주 청리국교 3년 |
감을 따먹다 들켰다.
아, 이놈자식
거기 서봐라
카미 막 따라온다.
감을 두 개주 따가
막 내뺐다.
그래 내빼서
감을 내 보니
노랗게 익은 게 참 좋다.
햇빛에 발갛다.
*카미 : 하며, 하면서
개주 : 개주머니, 개주멍이, 개주미, 호주머니
따가 : 따 가지고, 따서
1964년 9월 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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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달빛
쓴사람 : 두칠이
산중 개울물로
찌던 몸 씻은 후
마당 평 바위에
열 나흘 달빛을 불러내려
야윈 몸에 올려놓으니
오동나무 잎새에 걸린
저 달 보기가
차마 민망하구나
2004.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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