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로 제 몸 간신히 버티던 나무들 바람의 날에 상처 입어 잎사귀 푸 른 피로 솟아나고 산수유는 곪은 종기를 터뜨리며 제 아픈 향기를 날리는 날 그 사람 황량한 마음에 꽃잎 그려 넣고 있습니다 사람들 제 몸 헐어 시 간을 메우는 동안 상처의 향기를 맡은 그만 제 발자국에 먹물 같은 기억을 찍으며 산길 걸어가고 있습니다 뒤따르다 보면 그 사람 뒤에서 발자국도 잎사귀로 피어나지요 나는 거기 잘못 맺힌 물방울처럼 얼어붙어 꽃잎 속 으로 들어가는 그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꽃잎을 삐그덕 열고 들어서는 순 간 그 사람 가슴에 접어두었던 날개 윙윙 모터를 돌리기 시작하고 날카롭 던 바람의 날도 그의 눈물샘에 발 담그며 뜨겁게 녹아버리는 것입니다 얼 굴 주름으로 오랜 세월을 엮어 놓고 있어 어찌 보면 금세 허물어질 집처럼 보이지만 주름이 실뿌리처럼 단단하게 사랑의 기억 주춧돌로 잡고 있는 사람, 눈의 무게 이기지 못해 꺾인 가지들 추려내고도 나무 기둥 하나로 다시 서게 하는 그 기억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 산길을 걸으며 늙은 얼굴 의 검버섯도 꽃이 됩니다 그 사람 들어선 후 산수유는 곪은 자리마다 햇살 로 밝아지고 어느새 그는 환한 꽃잎 하나 얻게 되는 것이지요 그 사람이 그려 놓은 꽃잎에 발이 빠진 나는 울긋불긋 열꽃 피우게 되는 것입니다
송구
김숙자 - 안동 대곡분교 3년
송구 한 개를 벗기니 물이 서북서북하고 단 게 송구도 덜 벗겼는데 춤이 꿀꿀 넘어가서 훌훌 핥아 먹었다. 막 훑어 먹었다. 한 개 다 먹고 꽁알 주까 새알 주까 쌔, 했다.
*춤이 : 침이 *송구: 송구는 송기란 것인데 소나무의 속껍질을 말한다. 옛날에는 봄에 송기떡 송기죽을 만들어 먹었고, 아이들도 산에 가면 소나무 가지를 꺾 어 겉껍질을 벗겨 내고 속 부분을 핥아 먹었던 것이다. 다 먹고 하얀 막대기만 남으면 '꽁알(꿩알) 주까(주울까)새알 주까 쌔!' 하면서 그것을 내던지는데, 막대기가 목표하는 곳에 생각대로 떨어 지면 그날은 멧새알이나 꿩알을 줍게 될 운수 좋은 날로 여겨서 좋아했 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