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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땡삐야땡삐야 |
| 이영식 |
시집 한 권 샀다
몇 장 넘기다 왠지 싱거워
소주를 마셨다
이놈 자슥 와 이리 순하노
쏘는 맛이 없다
아홉들이 파란 소주병
대나무숯으로 걸러낸21도, 신상품
너무 밋밋해
다시 시집을 펼쳤다
시가 싱거운 건지
소주가 싱거운 건지
가시 없는 장미라도 피울 듯
순하게 순하게만 길들여지는
맹물 같은 날들, 쌩-
차돌멩이로 날아 가슴팍을 깨거나
속살까지 파고들어 침을 박고 죽는
땡삐,
그런 절명의 노래는 없을까
시를 읽다가 소주를 마시다가
괜스레 싱겁고 밋밋해
게바라*를 안주로 씹었다
말라 비틀어진 다리가 짭짤하고
눈알이 고소했다.
*게바라 : 아르헨티나 출신의 쿠바 혁명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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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 |
| 이승영 - 안동 대곡분교 3년 |
매미가 울었으면 좋겠다.
한여름 일을 하다가 앉았으면
매미는 여름 왔다고 여름 소식
알려 준다.
그 매미는 노래를, 세상을 불러 준다.
197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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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시만 되면 이장님댁 닭들이 얼마나 맹렬히 꼬꼬댁 거리는지 동네가 떠나갈라 카지만 그래도 눈 꾸욱 감고 잔다. 다섯시쯤 되면 이장님댁 개들이 아침밥 먹는 시간 서로 많이 먹을라꼬 카는지 맛있다는 뜻인지. 깨깽 캥캥 거리고 ...시끄러버 죽는다. 그래도 눈 꾹 감고 있는다. 다섯시반 되면 동네 아줌마들이 무슨 수다를 그리 떨면서 산에 운동 하러 간다꼬 난리다. 쪼매 더 있으모 메아리도 안치는 꼭대기에 올라가서 야호~ 를 외치는 아저씨들 땜시 막 짜증이 난다. 그다음에는 화물차 시동거는 소리...쪼매 더 지나면 길을 잘못 든 매미가 우리집 방충망에 붙어서 멜롱씰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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