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라고 어디 가려다 비가 억수같이 퍼 부어서 그만 두고 남편은 내내 리모컨만 딸깍거리다 이제 겨우 자러 갔습니다. 휴일에는 될 수 있으면 남편을 실컷 자게 하려는데 "니는 맨날 내 재워놓고 혼자 뭐 할라카노!" 휴일에 실컷 자게 내버려두는 마누라가 어디 그리 흔한가요! 복에 겨운 줄도 모르고... 비가 퍼 부어도 애들은 놀러 나가고 반쪽은 자러 갔으니 집안에는 빗소리 뿐입니다. 여름호 문학잡지에 하인리히 하이네에 관해 길게 실렸기에. 소월시집과 함께 읽었던 기억이 나서 하나 보내 봅니다. 슬픈소년을 읽으니 떠 오르는 두 남자가 있네요. 첫사랑의 그리움을 얼굴 가득 담고 있던 조용한 성품에 사연이 깃든 얼굴을 하고 다녔던 친구요. 저보다 스무살쯤 더 많았지만 좋은친구였는데. 첫사랑 그녀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고 깊었던지 아내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던 그녀가 애증이 폭발할 때면 즉각 달려가곤 하였지요. 그녀 이외 다른여자에게 껄떡(?)거리지 않아서 우린 그친구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지요. 이기적이고 얄미웠던 그녀. 그렇게라도 자기를 불러주는 그녀를 고마워 하던 그친구. 참 사랑이란 뭘까요....스무살 무렵 펜팔을 하던 독일아저씨네요. 사랑하는 엘리자베스를 죽게 만든 두번의 전쟁을 증오하며 목공일을 하던 독신의 늙은 아저씨네요. 친정집 어느 구석에 편지봉투 쪼가리라도 찾을수 있을려나.. 이십년도 더 지나 그런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네요. 같은 마을에 살던 열다섯살 소녀 엘리자베스가 지녔던 무명손수건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다던...목공일을 하는 마이스터라고 했는데. 혼자 살면서 산책도 하고 오페라도 보러가고 가끔 독일 낭만파 시를 적어 보내기도 하였지요. 벌써 그시절 그들은 우리네 삶과는 다르게 살고 있어 절 감탄 시키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말로만 듣던 베르디의 오페라며 세계수준의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며...소녀적에는 세계일주를 꿈꾸며 수많은 사람들과 해외펜팔을 했었는데. 이젠 해외여행에는 별로 흥미가 없습니다. 이런 촌아지매에겐 이룰 수 없을 꿈일지 몰라서 그런가 어쩌는가... 비가 와서 주절주절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