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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밑에 잠들면 |
| 길상호 |
몸 구석구석 박힌 상처를 데리고 숲에 와
소나무 밑에 잠들면, 나무는
갈라진 껍질의 손으로 어머니가 되어준다
바늘잎 사이 바람을 순하게 풀어
헝클어진 머리를 넘기고 가는 그 뒷모습이
자장가처럼 나의 열기를 잠들게 한다
노랫결에 잠시 꿈꾸다 일어나면
터진 상처마다 노랗게 뿌려 놓은 송홧가루와
환부마다 꽂혀 있는 비늘잎,
막힌 혈마다 꼼꼼히 짚어가며 소나무가
잠든 사이 나를 치료해 놓은 것이다
누운 채로 올려다보면 하늘을 잡아당겨
잎들 윤나게 갈고 있는 소나무,
나의 환부에도 서서히 꽃이 피기 시작한다
소나무의 치유의 힘은 슬픔에 있다
오랫동안 제 속에 눈물 담아 두었다
진득하게 삭히고 나면 부러진 곳마다
맺혔다가 상처와 함께 아무는 슬픔,
그 슬픔의 향기가 오늘은
나무 밑에 잠든 나를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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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 |
| 김행남 - 경북 안동 대성국교 4년 |
우리 식구들이 둘러앉아 아침밥을 먹고 있을 때 였다. 아버
지께서 오늘은 사람 해서 고추를 심는다 하셨다. 내가 밥을
먹으니 아버지께서 행남이, 필순이는 학교 가지 말아라 하셨
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침밥이 먹기 싫었다. 나는 아버지한
테 "아부지요, 나는 학교 가부러요." 이렇게 말을 하려고 했
지만 오빠가 아침을 먹고 있어서 오빠가 무서워서 못했다.
오빠가 아침밥을 먹고 나간 후 나는 얼른 이렇게 말했다.
"아부지요, 나는 학교 가부러요." 하니 아버지께서 "오늘은
안 돼. 고추 심어야 돼." 하였다.
아버지께서 아침을 잡수시고 계시는 앞에서 울었다. 막 우
니 아버지는 "행남이는 조퇴 맞고 온나. 필순이는 가지 마
라."하니 필순이가 "나와 행남이는 조퇴 맡아 오면 되잖아
요."하며 눈물을 글썽이었다. 부엌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언니가 "학교 가지 마라 하면 가지 말지 무슨 잔소리가 많
아."하면서 큰 소리쳤다.
아버지께서는 "무엇 하러 다리만 아프그러 조퇴 맡아 오
나. 차라리 학교에 안 가고 결석하면 더 좋지." 했다.
나는 "다리 안 아파요, 조퇴 맡으면 빨리 올 수가 있어요."
하고 울면서 말했다. 언니가 또 큰 소리로 "개근상 안 타 와
도 좋아. 학교 가지 마." 하였다.
나는 아침도 먹지 않고 책가방을 들고 가려고 하니 필순
이가 "행남아, 같이 가." 하였다.
아버지는 또 못 가게 하였다. 나는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하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한 가지 좋은 꾀가 떠올랐다.
나는 아버지한테 "아부지요, 오늘 학력 고사 시험 쳐요." 하
니 아버지께서 웃으시면서 "그러면 학교에 가서 시험이나 치
고 온나." 하셨다. 나와 필순이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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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쳤나요? 오다 말다. 소나기처럼 뿌리다. 그치다. 습도가 높아서 발바닥이 진득 찐득. 보일러 잠시 돌렸는데 이젠 해가 쨍쨍~ 변덕이 오즈마녀를 닮았나?! ... 김승희 시인의 " 비 내리는 날" 보낼랬는데. 윽~ 너무 충격적이야 하실까봐 길상호님 시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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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