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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문 |
| 박소유 |
깊고 푸른 물 속에 알 하나 떨어져 자라고 있었어 입덧은 느리게 내
장을 훑고 지나가고 수문은 너무 꼭 잠겨서 녹슨 밸브는 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영원히 말이야 ......알이 물고기가 되고 사람의 모습을
닮아가자 블루길의 잇몸을 가진 겸자 하나 달려들어와 빵처럼 찍어갔
어 한 마리 물고기가 남긴 비린내 지독했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간 뒤
열린 수문으로 빠져나가는 끈적이는 알의 허물들이 길고 긴 터널 벽에
자꾸 부딪쳐 비명을 지르지 그건 내 목소리였어 촉진제가 온몸을 휘감
아도 수문은 늦게 닫혀 그 이후의 알과 그 그 이후의 알들이 몽땅 흘러
가버렸어 강 하구에 포개어진 자줏빛 알들이 잉잉 파리떼처럼 모여 우
는 소리가 들렸어 잘 벼린 칼로 토막친 울음은 휘청, 구겨지는 무릎의
안쪽에 질기게 달라붙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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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쌓인 나무 |
| 김정길- 상주 대곡국교 4년 |
눈이 오니 나무가 무거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땅하고 무슨 약속을
하는 것 같다.
196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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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풀도 자살을 할까?
쓴 사람 : 울프걸
마당 한쪽에 길게 자라있는 풀들을 본다
무성해져서 볼때마다 신기해지는것들
비가 오고나면 한층 싱싱해져서
하늘이라도 찌를듯이 파릇파릇해지는 것들...
"다들 집합! 오늘 비원으로 잔디 밟아주러 간다~~"
고등학교시절 봄날이 가까이오면 연례행사로
잔디를 밟기위해 비원으로 향했다
이제 겨우 파란싹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하는 그 잔디밭을
그 천방지축 날뛰는 가시나들의 종종걸음이
땅을 흔들정도로 밟고 또 밟았었다
"잔디 보호 ㅡ 잔디를 밟지 마시오"
팻말도 무색하게
하지말라는짓을 할때의 희열을 느끼며
그렇게 괴성을 질러대면서 방방 뛰었었다...
작년 작열하는 태양빛에 푸른 잔디가 넓게퍼진 그곳으로 갔었을때
"잔디가 너무 불쌍해... 저기 좀 봐 잔디가 다 타서 죽어간다..."
보라는 잔디는 안보고 그런말을 하는 친구를 뚫어지게 쳐다봤었다
덩치가 커서 운동선수 같았던 그 친구의 입에서
언제나 무뚝뚝하게 한마디 내뱉고마는 그 친구의 입에서
잔디가 불쌍하다는 말이 나왔다...
내 스스로 감성이 풍부하다고 자부했던 나는
감히 잔디가 불쌍하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까맣게 타들어가던 잔디에 시선을 주며
잔디도 살아있는거지...
저 푸른 들녁에 심어져있는 것들이라면
이 뜨거운 태양아래서
이러저리 끌어다 대주는 영양가없는 물이라도 마시련만
그 가뭄에 누가 잔디에게까지 물을 줄까...
가끔
마당에 잔디가 무성해지면 그 한가운데로 슬쩍 지나가 본다
마치 첫눈에 발자국을 새기는 심정으로
그렇게 되돌아보면 어느새 조그마한 길이 만들어져있다
'내가 죽였다!'
사람은
늘 아무손길도 안탄것에 대해 묘한 매력을 느낀다
그 아무도 지나치지 않은곳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고
스스로 흐뭇해 한다...
밟으면 밟을수록 더욱 잘 자라는 풀떼기...
그 풀떼기 조차도
스스로 죽고싶을때가 있을까?
태양에 굴하지 않고
병들지 않고
발길에 치이지 않고
그렇게 스스로 자기를 버릴 수 있을까?
다...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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