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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볕이 깊다 |
| 유병근 |
겨울 아랫목에는 남해안의 햇볕이 깊다 툇마루에 올라앉아 한나절
고양이처럼 졸고 있다 남해안의 편지를 나는 뜯는다 매듭처럼 맺힌
구절 중 어떤 것은 유자 같다 맛의 호두알 하나 굴리고 싶다 굴리는
입맛으로 그럭저럭 떠돌고 싶다 흘러간 잡지를 뒤적인다 흘러간 구절
에 눈이 끌린다 책갈피 속에도 그럭저럭 내려앉는 햇볕이 깊다 다도
해처럼 올망졸망 매달린 유자나무 열매에서 물살 찰랑대는 소리 들린
다 해가 가기 전에 서둘러 둘러볼 녹우당*과 다산초당**이 길을 낸
다 손바닥만큼의 텃세도 차지 못한 삶 팽개치고 달콤한 햇볕 한 줌 꿰
차고 싶다 유자나무에 매달린 햇볕덩어리 같은 유자를 따라 죽장에
삿갓 쓰고 떠나고 싶다
*녹우당은 전남 해남에 있는 고산 윤선도의 고택임
**다산초당은 전남 강진에 있는 다산 정약용이 제자를 가르치던 초당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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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찬송가 |
| 최애희 - 충남 대천여중 3년 |
선생님께서는 혹시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란 제목의 찬
송가를 알고 계신가요? 저는 교회에 나간 지 몇 달 되지
는 않지만 이 노래는 음이 따라 부르기 좋아서 금방 배울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멋모르고 불렀지만 요새는 그 노래를 부르려
면 자연히 얼굴이 찌푸려진답니다.
왜냐구요? 가사 때문이에요. 조금 예를 들면 '고통과
죄만 있는 곳 내 어이 여기 살리까?' 대강 이런 거예요.
제가 알기에 예수님께서는 요즘 세상보다 더 험악한 세상
에 살면서 인간을 사랑으로써 인도한 것으로 알고 있는
데. 하물며 예수님을 믿는 신도들이 예수님께서 겪은 고
통의 반도 겪지 않고 부귀 영화만 누리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요.
물론 이 찬송가를 지은 분으로서는 다른 생각이 있었겠
지만 왠지 조금 거슬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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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고구마 도굴범과 겨울
쓴 사람 : 최후란
어렸을 때 즐겨먹던 고구마는
겨울에 먹었던 우리들의 귀한 간식...
할아버지께서는 고구마가 얼어버릴까 봐
창고 안에다 고구마를 부어놓고 쌀겨로 덮어놓으셨다
눈오는 날 출출하면 먹으려고 꼭꼭 묻어둔 고구마를
생쥐가 도굴해서
사각사각 몰래 씹어 먹는걸 보면서
내 간식을 훔쳐먹는 쥐를 문틈으로 숨어서 지켜보던 나는
킬킬거리며 생쥐들을 골탕먹였던 일이 참 많았었다
얄미운 짓만 하는 쥐들을 소탕하기 위해
할아버지께서 가끔 쥐덫을 놓곤 했었다
그날 운수 디게없는 생쥐가 쥐덫에 걸려서 찍찍거렸다
하던 짓은 얄밉지만
덫에 걸려 아파하는 쥐가 안스러워서 풀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께서는 가차없이 처형을 시켜 대밭에 휙 던져 버리셨다
생쥐는 참 미련하다
표나지 않게 고구마를 하나씩만 꺼내 먹고 도망가면 될텐데
쌀겨 위에 오줌을 몽땅 싸서 고구마를 다 썩게 만들어 놓으니
할아버지께서 진노할 수밖에 없으셨던 것 같다
쥐들과의 전쟁에서 몇 마리 희생으로
쥐들이 언제나.....승리를했고
할아버지께서는 늘... 패자
이셨지만 겨우내 쥐들과의 전쟁은 계속되었고
겨우내 쥐들의 고구마 도굴행각은 끝나지 않았다
그해 겨울에는
눈이 왜 그리도 많이 내리던지
우리식구들은 봄이 되도록 결국 고구마를 못다 먹었고
할아버지께서는 남아있는 고구마를 앞마당 두엄 속에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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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