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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
| 채호기 |
숨구멍으로 말들이 밀려들어왔다 땀구멍으로 천천히 빠져나갔다.
저기 저기 미동도 않는 화살촉 같은 꼿꼿한 녹색 나무. 욕망이 들어왔
다 빠져나갈 때처럼 당신은 밀려왔다 뾰죡한 펜 끝으로 빠져나갔다.
알 수 없이 근질거리는 그곳을 당신은 언제나 빗겨 지나갔다. 바다는
수시로 들락거리고 젖은 모래와 마른 모래의 경계는 늘 예상할 수가
없다.
숨쉴 때 일정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당신의 배처럼 바다가 조용하
게 밀려왔다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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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옷 |
| 권재수 - 안동 대성국교 6년 |
내가 여름에 영주에 가서 옷을 사 입었다. 갈 때는 그냥
집에서 입는 옷을 마구 입고 신발도 거의 다 떨어져 가는
운동화를 신고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은어머니께서 작은아버지를 보시고 "야 옷하고
신 좀 사 주소."하셨다. 나는 좀 이상해졌다. 내 옷이
뭐 어때서 또 옷을 산단 말인가 생각해 봤다.
나는 제일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따라갔다.
옷을 사니까 참 좋았다. 신도 사니까 좋았다. 나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고 그냥 멍하니 있었을 뿐이었다. 수박을
먹을 때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께서 오셨다. 아주머니께서
는 나더러 니 촌에서 안 왔나 하셨다. 나는 그 때 성이 왈
칵 올랐다. 그래서 아주머니께 "촌에서 왔으면 어때요. 촌
사람은 머 영국 말 쓴답니까?" 했다.
그래도 좀 똑똑하구나 하는 말은 아주머니가 했다. 나
는 어른들 있는 데는 대꾸를 안 하는 것이 좋지만 그 때
는 성이 얼마나 났던지 말해 버렸다.
이만큼 도시 사람은 시골 사람을 깔보고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시골 사람을 낮춰 보는 사람이 더 많
은 것 같았다. 시골 사람들은 이와 반대로 순박한 사람이
많다. 나는 오히려 도시서 사는 것보다는 촌에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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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엘리베이터
쓴 사람 : 남촌
텅빈 엘리베이터 속보다 더한
적막감이 휩쓸고 가면
이내 잊혔던 아픔을 들쳐내서
이리 닦아보고
저리 흔들어 보고
지랄을 하다가
그만 울어 버리고 말았네
꽉찬 엘리베이터 속보다 더한
열정으로 살아 왔건만
이내 잃어버린
젊은 자화상을 찾아내고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그만 헛웃음을 치고 말았네
공간속에 뭍힌 나는
닫혀버린 엘리베이터 속에서
공포를 보았고 인생을 보았고
정지된 나를 보았네
엘리베이터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있네
왜? 내리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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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