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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음 |
| 박주택 |
갠 낮, 기차 시간표를 보다 좁은 계단 아래로
커다랗게 자루가 미끄러지는 것을 본다.
사람들의 두꺼운 옷에서는 살에서부터 스며 오는 이상한
냄새들이 풍겨 오고 대합실 의자에는 껌이 붙어 있었다
열차는 침목 위를 덜컹거리며 눈이 부려진 들과 역의 이름을
뒤로 남겨 놓으며 바다가 있는 곳으로 달릴 것이다
바람이 그 달리는 속도에 맞서 가슴을 떼며 비명을 지르며
팔짱을 낀 애인들은 머리를 서로의 어깨에 뉘일 것이다
창밖으로 갈대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시간은 의자마다 붉은 구름을 피우고 뭉그러진
머리에는 곧 끝날 것 같은 두통이 가라앉지 않았다
바람이 무늬지며 불어 온다. 문을 열 때마다
굉음과 함께 갈기갈기 구름이 흩어진다. 잠시 후면
죽음이 엉겨 있는 역에 내려 냉기를 뚫고 가
소금을 하얗게 문 사람들의 손을 잡을 것이다
껌처럼 붙어 저녁밥을 먹는 동안 슬픔의 막은
이상하게도 평온을 가져다 주며 주름 잡힌 침묵을
어스름히 감싸 안아 줄 것이다. 역에는
몸을 부딪치며 빠져나온 사람들이 두꺼운 옷에 고개를
묻으며 거칠게 사라지고 길들여지지 않은 하늘에는
추운 별 하나가 올가미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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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
| 홍명자 - 안동 대곡분교 3년 |
맨 처음에
사람은 어째서 생겼노?
각중에
사람 여자 하나가 나타나서
아이를 자꾸 낳아서
또 그 아이가 커서
아이를 놓고 했는 게나?
무연 사람이
나타나지는 않았을 겐데
처음에 뭐가 사람이 되었노?
참 이상하다.
1969년 11월 17일
* 각중에 : 갑자기
놓고 : 낳고
했는 게나? : 했는 걸까? 했을까?
무연 : 무연하게, 무연히. 인연 없이 . 까닭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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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안 개
쓴 사람 : 아다다
잠언처럼 깔린 안개
몸을 담은 신발이
한쪽이 채워지지 않아
자꾸 기우는 나를 데리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간다
"여자는 사랑받는게 최고지"
"사랑받고 돈받고 모르니"
새의 한쪽 날개가
떨어져 나간
자개 화장대 앞에서
여자를 지운 뒤
엄마로 산 구질한 변명
사진틀 속에 그가
늘 불안하게 나를 바라본다
꽃에 전이 되어
날아가버린 오드비 향수
가명으로 살던 아픔이
당의정 한알의 약효에
잠깐 물러 섰다
끈질긴 습관 처럼 다가선다
한잔의 낮술이 유머가 될 때
씁쓸한 웃음의 무게
막아서는 산도 희망이 될까?
안개에 잠긴 길이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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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