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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도 |
| 이성부 |
노인은 삽으로
영산강을 퍼올린다 바닥이 보일 때까지
머지 않아 그대 눈물의 뿌리가 보일 때까지
노인은 다만
성난 사람을 혼자서 퍼올린다
이제는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인은 끝끝내
영산강을 퍼올린다 가슴에다
불을 짊어지고 있는데
아직도 논바닥은 붉게 타는데
바보같이 바보같이 노인은 바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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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 |
| 최종석 - 대구 대봉국교 5년 |
시험지가
선생님 품에 안겨 들어온다.
두근두근
하는 마음.
시험지가
나눠진다.
마음이
더 뛴다.
시험을
치고 나니
가라앉는
마음.
시험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험 없는 나라는 없을까?
그러나
너와 나의
실력을 겨뤄보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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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술취한 노인
쓴 사람 : 낙엽 (오즈홈 오시는 삼십대 총각?)
아침부터 무더운 바람이 골목마다 단내를 뿜어낸다. 강아지는 경적 소리에 황망한 오줌질이야. 저 초라한 담 너머로 어린 아이 떼쓰는 소리에 석류는 익어 가고. 싸전 앞에 비둘기는 배가 불렀것다. 노파가 지나간다. 허리를 기역자로 곧추 세우고 뒷짐에 손수레 걸머쥐고 빠작빠작 기어간다. 어쩌다 밤에 보면 영락없는 한 마리 바퀴벌레다. 싸구려 인생이야. 가게 앞 파라솔 아래엔 묵다 남은 고구마처럼 노인이 버티고 앉았다. 소주 두 병에 종이컵 하나. 헤진 가방에 공구는 밤새 땀에 절었다. 빈 의자 두 개는 저만치 치우면 좋겠구마는. 가게 안에 주인은 없고 텔레비전만 울어대니. 제 놈도 더운 게지. 지나는 자전거 바퀴 사이로 소리 몇 자 파묻힌다. 부친 살해. 아끼고 아껴 마신 술인데. 이제 바닥이 났다. 얼굴에 축 처진 주름살은 바람도 비켜 간다. 전깃줄에 참새는 천방지축 지저대고. 어디서 나는지 뒷간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니. 저 구름이 빙빙 돌라치면, 한 잔은 더 있어야겠다. 노인은 종이컵을 털털 털어 내더니만 자리에서 일어선다. 언젠가 컵에 부어서도 팔았다. 200원인가... 노인은 그만 발을 헛디뎌 그대로 폭 쓰러진다. 시커먼 입술 언저리에 연신 깡마른 미소가 맺힌다. 이게 대(大)자란다. 이게. 종이컵은 데굴데굴 맴을 돌고. 노인은 빙긋이 웃는다. 엿같은 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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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