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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동 우리 책방 노상길 씨께 보내는 메일 |
| 김이듬 |
댁이 사랑의 역사*를 감춰놓은 걸 눈치챘습니다 몇 해 전 분실
하지 않았더라면 간절하지도 않았을, 내 손을 한번 탄 그 책이 제
몸뚱아릴 함부로 굴릴까봐 나는 열대야의 골목을 헤맸더랬습니
다 팅팅 불어 나온 익사체의 손목들이 눅진한 함석 처마에 매달
였고 플라스틱 꽃대를 꽂은 난초잎은 누렇게 떴더군요 누군가 내
손목을 베어 자신의 서재에 풍경처럼 매단다면 쇠파리를 쫒는 비
닐장갑으로 환생할 수 있을까요 헌책방 골목으로 더러운 노을이
찐득찐득 번질 때 댁은 냄새나고 죽은 책더미에 파묻혀 잠들었더
군요 짚어본 활자중독자의 이마는 파피루스처럼 구겨졌지요 사
랑의 역사 대신 내놓은 희귀본이나 이미 폐간된 잡지의 창간호도
댁이 날 달래 보내고 다시 오게 하려는 수작이지요 내가 찾아 헤
매는 건 대체될 수 없는 사랑의 역사 원각본뿐
*쥴리아 크리스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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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
| 이재흠 - 안동 대곡분교 2년 |
밥은 많다. 큰 그릇에 담아 보니 적고 작은 그릇에
담아 보니 많다. 나는 밥을 많이 먹고 싶다. 보기에는
많아 보여도 먹어 보니 적다.
1968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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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정의 되지 않는
쓴 사람 : 가발 이라는 여자 중학생입니다.
넌 너무 부정적이야.이제 웃어보는것도 어때?"
이런말은 나를 향한 네 배려지만. 나는 알아.네가 곧 나를 떠날것이란걸.넌 곧 나에게 질렸지.다른 모두와 같이.
난 왜 이런거지?응?이렇게 살거라면 차라리 죽어버리는게 나아....이봐 죽음의 동기로는 좀 약하지 않아?
게으른 난 널 바라본다.
풀린 눈동자.미소짓는 넌 나를 비웃는거니?
여름이 좋아.네가 입을 열었다.여름에 난 내가 살아있는걸 확실히 느낄 수 있어.모두 살아있어.
하지만..난 틀려.여름에 난 숨을 쉴 수가 없어.뜨거운 공기를 나의 폐를 태웠다.난 현기증에 비틀거렸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바라봤다.내가 언젠가 죽는다면. 그 계절은 여름일테지.어릴적 일이 생각난다. 여기저리 떨어진 매미의 시체.하지만 난 속으로만 조용히 생각했을뿐이다.
여름이 가고있어. 이제 곧 겨울이 오겠지?가을은 짧은 계절이니까.
난 봄이 좋아.여름이 좋아. 가을이 좋아.겨울을 증오해.
길고 긴 밤 어둠.눈을 감았다. 시린 귀.시린 눈.아아..내몸은 서서히 얼어가고 있었다.손가락의 감각이 없어졌다. 이게 집없는 인간의 끝이겠지?
너와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거야. 왜?
나는 항상 부정만 하지. 내가 사랑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것. 나의 삶 또한 너의 삶을.아냐. 모든 것은 쌓여가고 있어.거울을 봐. 네 표정을 봐. 잔뜩 구겨진 네 내면을.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겉으로도 속으로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사심없이.깊이.
곱게 늙고 싶어.온화하게.맑게.
하지만 난..서서히 나를 망가뜨리고 있다.내 생각이 나를 서서히 먹고있음을 느낀다.제발 바로 잡아줘.
아주 어릴때 유치원에서 예방 접종을 한 적이 있었다.모두들 오른팔을 걷었다.하지만 어느쪽이 오른쪽이지?누가 좀 걷어 줬으면 좋겠어.누가 대신 해줬으면 좋겠어.대신 살아주길 바라고 있었다.난 항상.
아무도 널 대신 할 수는 없어.
사실 주사보다.이빨을 뽑는것보다.치부를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보다 더 무섭던건.돌이킬 수 없었다는 거야.하루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인생은 후회뿐인 챗바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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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