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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 내리는 비 |
| 정두리 |
우는 얼굴 감추기 좋을 만큼
비가 내린다.
천 근의 무게로 젖는
근심과 수치를 빗물에 헹구어 달라고 한다.
우는 날 있어야
웃을 날도 있는 게지
비말고 바람을 견디어야
크게 자라는 것이고,
(어머니 말씀)
여름 비에 뿌리 뻗기 위하여
그만큼 일어서기 위해
깊숙한 목마름을 예비하기 위하여
새삼스레 처음인 듯
푸르게 푸르게
숲이 여름 비에 젖는다.
이제부터 네 한몸
내것으로 점 찍어 두었노라고,
땅으로 내릴 때는
소리를 죽이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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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민석이 "분단 일기" 중에서 |
| 부산 대양중 2년 까치 분단 |
1983년 5월 6일 깡패
공부를 마치고 배순철과 함께 가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고등학생쯤 되는 어떤
형님 한 분이 우리보고 우산을 씌워 주면서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비가 너무 많이 오고 해서 그 형님
의 우산을 쓰고 갔다.
가고 있는데 그 형님이 "너거 어느 학교고?" 하고 묻는
것이었다. 우리는 "대양 중학입니다."하고 말하였다. 한
참 가다가 순철이는 자기 집으로 갔다. 나와 그 형님과 굴
이 되니까 그 형님이 골목으로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리 가는데예."하니 "그쪽으로 가면 내 친구 깡
패들이 있다."하면서 "골목으로 가자."고 했다.그래서 나
도 골목으로 가자고 했다. 나는 그 때 그 형님이 깡패인
줄은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쩔 수가 없
었다. 벌써 골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그 형님이 나보고
"담배 있나?"라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그 때 "이제부터
시작이구나."생각하면서 "아니예."하고 말했다. 그 형은
또 "담배 있는 것 빨리 내놔."하고 말했다. "정말 없는데
예." 하니까 "담배 좀 가지고 다니라."하면서 얼굴을 주먹
으로 때리는 것이었다. 나는 맞고 가만히 있었다.
"니 회수권 있나?" "내 차비 할 것 한 장밖에 없는데예."
하자 "그럼 돈 있나?" 하고 물었다. "없는데예." 하고 말하
자 그 형은 옷을 뒤지는 것이었다. 그 때 나는 저금을 할
라고 천오백 원을 모아 둔 것이 있었다. 나는 겁이 나서
가만히 있는데 "지갑 꺼내 봐." 하였다. 나는 그만 가슴이
푹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 때 사람이 와 주었으면."하고 생각
하면서 지갑을 꺼내 주었다.
그러자 지갑을 뒤지더니 천오백 원을 찾아 가지고는
"돈 있으면서 와 돈 없다 하는 거야."하면서 얼굴을 한 대
더 때리는 것이었다. 나는 울상이 되어 있는데 돈을 가지
고 가면서 "다음부터 돈하고 담배하고 좀 많이 가지고 다
니라."하면서 골목 밖으로 나갔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욕이 나왔다. 그랬더
니 그 깡패는 가다가 이 말을 듣고 "머라고 했어?" 하면서
배를 주먹으로 때렸다. 나는 그 때 그 깡패를 때리 패직이
고 싶었다. 그러나 힘이 없어 맞고만 있었다. 그 깡패 새
끼는 " 니 저쭈 가다가 무슨 말 하면 때리 직이뿐다."하면
서 가는 것이었다.
나는 눈물이 조금 나왔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깡패한테
속지 않겠다. (천원태씀)
*때리 패직이고 : 때려 패 죽이고
분단일기란 한 학급 학생을 몇 명씩 어울리게 하여 각개 분단으
로 나누고 이들이 공동의 공책에 돌아가며 하루씩 일기를 쓰는 형
식이다. 그러니까 한 그룹의 공동 일기장이 되는 셈인데 서로의 생
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또 대화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 글
은 한 분단의 일기장에서 뽑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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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부터 깡패 이야기를?.. 하실까봐 걱정 하면서
오늘부터 며칠동안 중학생들의 분단일기를 보내 드리려 합니다
그냥 실린 차례대로 옮기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장마 시작이라도 첫날이니까 봐 줄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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