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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는 이파리처럼 쌓여 |
| 이기철 |
내가 건너온 물은 맑았다
그러나 그 물을 건너간 세월은 흐렸다
나는 그 두꺼운 시간을 고배처럼 마시며
그 여름과 겨울을 몇 번 옷 갈아입으며 지나왔다
세월 속에서 꽃은 피었다 시들었지만
내 머물렀던 자리
그 주소들은 해독되지 않았다
그 집들은 모든 기록에서 누락되었고
그곳에 핀 꽃들의 이름을 불러주기에는
나의 언어가 빈곤했다
그 많은 햇빛들을 낮이라는 말로 짧게 불렀듯이
그 모든 것을 삶이라는 말로 나는 무례하게 요약했다
명명할 수 없는 오후들이 이파리처럼 쌓여
내 발을 덮으면
나는 인생이라는 긴 문장 속에 그들을 가두어놓고
제독처럼 술 마셨다
꺼내 읽을 추억들을 쌓아놓은 내 시간의 시렁 위에
세월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떠나갔다
영혼은 늘 굽은 길과 급한 경사를 바퀴처럼
미끄러져 갔다
나는 사랑 지상주의자였으나
세상을 알고 난 뒤 아무것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오래된 주소록에서 내가 만났던
몇 개의 삶들을 지웠다
강물은 출렁였고 세월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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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댓불은 별같이 떠 있고 |
| 이상률 - 경북 월성 감포국교 6년 |
7월 6일
공부를 마치고 오니 어디서 내 동생 우는 소리가 들렸
다, 어딘가 두리번 두리번 살펴보았더니 냇가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비를 맞으면서 얼른 냇가로 뛰어가 보았
다. 바싹 말랐던 물이 홍수같이 많이 내려가고 있었다. 물
속으로 들어가니 마치 떠내려갈 정도였다. 동생의 옷은
함빡 젖어 있었다.
왜 우니. 하고 물으니 신 잃어버렸다 하고 울기만 하였
다. 어저께 사 준 신을 잃어버렸으니 어머니께 꾸중을 많
이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물 속으로 들어가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었다. 신을 찾지 못하고 동생을 데리고 집
으로 왔다. 어머니께서 꾸중을 많이 하셨다.
나는 가방을 방에 두고 또 한 번 찾으러 가 보았다. 냇
가에서는 아이들이 신을 잃어버려서 우는 아이도 있고,
물에서 노는 아이들도 많이 있었다. 나는 동생 신을 찾으
려고 바닷가까지 내려갔다. 소나기는 더욱더 많이 내려서
그만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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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많을거란 소식에
마음의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데
태풍은 아직인지 비껴 간 것인지
그저 지루하게 내리고만 있습니다
운전할 때 물 튀기지 않게 조심 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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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