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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마을 이발소 |
| 장하빈 |
슬리퍼 끌고 동네 모퉁이, 새마을 이발소 가면
헌 보자기 목에 두른 낯익은 사람들 만날까
막노동하다 허리 다쳐 실업자 된 김씨와
노름판 돌며 실업가 꿈꾸는 이씨가 차례 기다리고
연탄 난로 위로 증기기관차 지나가고 있다
청동거울 속, 한 사내의 젖은 눈
표지 달아난 잡지책 뒤적이다가
달력에 맺힌 물방울 같은 날짜 응시하고 있다
-짧게 자를까요?
습관적으로 고개 끄덕여 대답하면
머리 위로 헬리콥터 요란하게 지나가고
흑백 텔레비전에서 최루탄 터져 나와
평화와 폭력이 난무하는 혼돈의 시대를 읽다가
면도날 다가와 웃자란 놈 사정없이 깎이고
죽음보다 깊은 잠 스르르 드는 곳
작업복 걸치고 우리 동네 새마을 이발소 가면
재건축 이야기에 달뜨는 배추속 같은 사람들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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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농사 |
| 김귀옥 - 경북 안동 대성국교3년 |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아버지께서 흉년이 졌다고 하셨다.
벼도 못 먹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못 먹는 벼를 비가지고
소를 주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흉년이 졌다고 쌀하고 밀
가루를 많이 받아 두었다. 그래도 고추는 한 천 근쯤 하였다.
밭은 많이 있어도 학교 뒤에가 제일 잘되었다. 그리고 고
구마도 잘되지 않았고 깨도 잘되지 않았다. 농사는 잘되지
않았고 돈은 자꾸 쓸 데가 많아 우리 집에는 옥수수도 없다.
심어 놓았는데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추는 제일 처음에는 좋았는데 좀 늦게 되니까 병이 들
어서 약을 사 가지고 쳤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농사가 잘
되지 않았다.
*비가지고 : 베어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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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감자를 찜통에 쪄서 뽀얗게 분을 내고
말랑한 옥수수를 삶아 불가에 앉아 먹으면...
휴일을 앞두고 지금쯤 기분 최고로 좋을 시간
옥수수는요 커다랗고 투실투실한 놈 보다
쪼그맣고 앙증맞은 놈이 더 말랑말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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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