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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덩이를 파다 - 감옥 16 |
| 이상호 |
웅덩이를 판다 나는
온종일 허리를 구부리고
가슴 한쪽을 헐어
웅덩이를 판다
네가 들어와 고여 있으라고
웅덩이를 파고 있는데
너는 들어오지 않고
너를 부르는 내 목소리만
쩡쩡 하늘을 울리며
웅덩이를 차지한다
나를 빨아들일 듯
고여드는 시퍼런 그리움
두려움을 지우려 나는
더 큰 웅덩이를 판다
허리를 구부리고
파내려 가는 웅덩이
그러나 웅덩이만 남고
나는 사라진다
네가 들어오지 않는
텅 빈 웅덩이가
나를 깨끗이 삼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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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마귀 쫓기 |
| 김일겸 - 경북 안동 대곡분교장 3년 |
아침을 먹고 앞밭에 가서 감재를 캤다. 캐다 보니 굵다
는 게 나왔다. 내가 기분이 나서 감재 이렇게 굵잖아, 하
면서 캐나갔다. 아버지는 지게를 갖다 놓고 하시다가 지
고 가시고, 우리는 캐서 담았다. 하다가 엄마가 알띠리 캐
라 한다. 내가 알띠리 캐께, 하면서 캤다. 엄마가 이따가
저짜 가서 옥수수밭에 까마구 쫓이고 와서 캐라 하신다.
쫓이고 집에 가서 달 모시를 주고 물도 떠다가 주고, 물
도 먹고 주전자에다가 물을 뜨고, 밭에 가서 물을 나두고
감재를 캐다이 내 동생이 자다가 일라서 울었다. 업고 감
재 캐는 데 갔다. 가서 감재를 캐다가 집에 와서 놀았다.
*감재 : 감자, 굵다는 : 굵은, 알띠리 : 알뜰히.
저짜 : 저쪽, 달 모시 : 닭 모이, 캐다이 : 캐는데,
일라서 : 일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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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생각이 많은 아침.
웅덩이 파 보셨나요?
전 어릴적 골목어귀에다 가끔씩 파곤 했답니다.
조그맣게 판 웅덩이에 물을 붓고 때로 짖궃은 녀석들은
오줌도 누고 나뭇가지로 위장 한 다음 그위에 흙을 덮고
골목길에 숨어 누군가 지나가길 기다리곤 했었지요.
아카시아꽃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고
소백산에는 철쭉꽃이 만발 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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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