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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담이설奇談異設 |
| 김지섭 |
봉화 상운 구천리 골 깊은 마실, 봄이면 샛노란 생강나무꽃도 반기는 그
고가 대문을 들어서면요. 오만 잡동사니 풀들이 안마당에 가득한데, 가만
보노라면 조선 천지에 깃들여 살던 장삼이사의 풀들 중에 바람 타고 떠도는
기이한 소문 듣고 날아온 귀밝은 풀씨들이 터를 잡고 너무도 당당히 우렁우
렁 살고 있데요.
예로부터 사람 사는 집에 잡풀 보이면 그 집 곧 망한다고 길러온 것이 화
초라는 것인데, 이 집 주인 늙은이는 마당풀 뽑다가 죽은 귀신이라도 만나
혼절한 일이라도 있었느냐며 욕도 나올 법한데, 그게 그런 건 아니고 그 풀
들을 우거지도록 그냥 두고 사는 그 주인 늙은이의 속 깊은 마음을 이 세상
아무도 알 길 없는 처지인데.
사람 사는 집에 찾아들었다가 사람 사랑 받고 산 일은 이 조선 천지에, 아
니 대명천지 어디에도 없다는 말 조상 때부터 누누이 들어온 이 풀 족속들
은 이제 누대로 영화를 보존하며 살게 될 명당처 잡아 호강하며 살고 있노
라며 저희들끼리 히히하하거리는 웃음소릴 듣고 앉았노라면 나도 절로 웃
음이 쿡쿡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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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 |
| 배윤순 - 경북 성주 대서국교 6년 |
아침에 일어나면 나 모르게 이슬이 내려 풀잎이 촉촉이
되어 있다. 이슬은 풀잎에 앉아 옆에 있는 이슬들과 춤도 추
고 놀기도 한다. 해가 뜨면 어디론지 수증기가 되어 없어진
다.
다음날 또 일어나면 나를 찾아오듯이 우리 집 골목에 와
있다. 내가 소를 먹이러 갈 때 이슬을 밟게 된다. 그러면 이
슬은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내 다리에 앉는다. 그러
면 나는 차가워서 풀밭에 이슬이 앉았는 곳에 들어가기가 싫
어진다. 그렇지만 나는 하는 수 없이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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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을 쓴 배윤순은
지금쯤 커서 어른이 되었을텐데.
시인이 되었거나
시인처럼 고운 아줌마가 되어 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일 비가 내리더니
내일도 비가 내릴 것이라 합니다
비 오는 수요일 빨간장미를 그대에게 바친다면
그대는 입이 귀에 걸려서 히힣호홓 웃음소리를 내뿜으며
그대 뺨에 뽀뽀라도 할지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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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