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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구나무 |
| 송찬호 |
더이상 키가 자라지 않자 그는 곧,
나무로 치면 자신이 못생긴
살구나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산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전설의 숲은 이미
호랑이 귀를 잃은지 오래기 때문에
그는 동네 어귀에 삼 년 동안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었다
그의 허리 아래로 붉은
페인트가 칠해졌다
그의 별명은 우체통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가 깨달은 건
사랑의 편지는
독약으로 씌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는 때 전 구름모자를 쓰고 다녔다
아니, 그땐 혁명가였기 때문에
구름모자가 그의 머리에
씌워졌다고 해야 옳은 말이다
그는 '매미'라는 애칭의 유부녀와 사귀었다
그녀는 싸구려 밤무대의 가수였다
후에도 그의 키는 성장하지 않았다
그의 굽은 척추를 의사는
삶의 구조적인 문제일 거라고 했다
그가 생전에 눈으로 본 새로운 법과 제도로는
미미 인형에게 인격과
투표권이 부여된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지구상에서 감기가
멸절됐다는 의학보고서를 그가 보았다면
이 세계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수많은 행운이 포장된 채
그의 삶을 기웃거렸지만 그는 결코,
그 상자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유리창을 닦고
화단에 물을 주고
손님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돈하던
그는 한낱 이름없는 시공 여관 주인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그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가끔씩 그가 왜 빙긋이 웃는지는 더욱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희망이 난무하던 시대,
진정으로 불행을 만났던 행복했던 그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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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가게 |
| 모윤미 - 경기 안양동국교 4년 |
나는 우리 가게가 싫다. 아이들이 지나가면 얼렁 숨어
버린다, 우리 가게는 왕대폿집.
그래서 싫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나는 부끄러울 게 없
어!" 우리 어머니께서 돈을 벌기 위해 하시는 가게인데 무
엇이 부끄러워," 하며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쟤는 왕대폿집을 한다." "응, 그래, 쟤
는 헌 옷만 입어." 하며 가는 아이도 많았다.
그 때 나는 창피해진다. 그러면 나는 가게에 들어와서
울었다. 아무도 모르게 울었다.
우리 가게가 정말 싫다. 하필이면 대폿집을 하는지 모
르겠다. 세탁소도 있고 문방구도 있고 구멍가게도 있는데
하필이면 왕대폿집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 생각으로는 문방구가 제일 나을 것 같다. 그러면 술
집보다도 훨씬 잘 팔릴 것인데, 잘 안 팔리고 시끄러운 술
집을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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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대폿집이라
빨간헝겁을 세조각으로 내어 왕대포 라고 써두고
그 천쪼가리를 열고 안으로 들어 갔지요
어릴적에 왕대포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그안에서 대체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했습니다
친구야. 이다음 언제 함께 막걸리를 마시자꾸나
아침부터 술타령. 화요일이니 한잔 하기에는 적당치 않군요
하품 나오는 봄날. 틀니 한사람이나 금니빨 한 사람들 아니라도
입 꼭꼭 다물고 하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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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