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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야曠野에서 |
| 박주택 |
그러나 기적을 믿으리라, 흉포한 시간은
비바람을 몰고 거친 들판을 지나 하늘의 별로 떠 있다.
꽃나무들은 봄이 오면 몸에 가지를 뻗고 길은 길대로
몸 안으로 들어왔다 몸을 빠져나간다. 어슴푸레 새벽이
다가와 동녘을 물들여 놓는다. 그 빛 속에서
아침의 꽃밭 속에서, 잠이 덜 깬 사람들이 꽃물에 든다
광야에, 바람이 온갖 풀이란 풀을 다 쓰러뜨리고
미움이란 미움을 다 분질러 버리면서 눈보라 건너
불어온다. 고독하게 산길을 넘어가는 자는
오늘밤, 달을 만나 그 숨결 속에서, 그 품의 살냄새
속에서 새벽이 어슴푸레 떠오는 것을 보게 되리라
사랑하고 용서하는 자는 그 용서의 쓰라림으로
사랑이 불멸하다는 것을 믿게 될 것이다, 몸에
가지를 뻗은 저 꽃나무들, 입에, 눈에, 귀에, 꽃잎이
저 스스로 눈보라를 견디며 얼굴을 내민다
잠 못 이루며 엎드려 있는 골짜기마다에 쩌렁쩌렁
생의 햇빛이 울려퍼지며 기적의 시간을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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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가져가기 |
| 김태숙 - 안동 대성국교 6년 |
일요일인 어제는 무더운 날씨였다. 쑥을 뜯어 가지고 집에
오니 점심 갖다 조라 했다. 그래서 힘없이 정지에 들어가니
볶고 지지고 잘해 놨다. 그래서 오징어 튀긴 것을 집어 먹으
니 참 맛있었다. 점심을 가져갈라니 오징어 튀긴 것이 먹고
싶어 갈 수가 없었다. 그래 가만히 한 줌 쥐고 가며 먹었다.
가다가 사촌 언니가 니 뭐 먹노 했다. 난 웃으면서 아이래 하
고 갔다.
한참 가니 얼마나 먼지 땀이 내 머리를 듬뿍 적시었다. 그
래서 땀을 닦다가 국물의 주전자가 내 얼굴에 대어 얼굴이
따끔했다. 에이 머 이로 하다가 주전자의 국물이 튀어나와
내 다리에 떨어졌다. 아까 주전자에 대었는 것보다 국물이
다리에 뜯기니 더 따가웠다. 머 이로, 내 오늘 치마를 입었으
니 다행이지 즈봉을 입었으면 그 자리에서 딱 구시래질 거다
하며 한 재를 넘으니 나무 하는 데가 가까웠다.
언니한테 점심 안 먹고 왔으니 우리도 먹자 하니 숟가락
가왔나 했다. 그럼 숟가락 안 가와 놓고 무엇 하러 글라고 하
며 그러니 음 했다. 나는 오징어 튀긴 것 다 먹을까 봐 엉덩
이가 간지러워 못 앉아 있었다. 그래서 그냥 가 볼라니 부끄
러워 나무에 올라가 보니 아직 좀 있었다.
보고 내려와 있다가 진달래 꺾으러 갈라 하니 태숙아 밥
방티 가가거라 했다. 난 좋아 뛰어가 얼른 묘 옆에 갖다 놓고
밥방보를 들시니 오징어가 좀 많이 있었다. 그래서 언니한테
먹자 하니 아버지께서 술안주 하게 술하고 무친 것하고 나도
라 했다 그 옆에 있던 주희 오빠가 오징어 튀긴 것 나도라
왜 했다. 난 두말 않고 가만 나두었다. 언니가 먹고 갖다 놓
으께 이리 가져오라 했다. 그래서 앉아 사촌 언니와 밥을 먹
고 집에 왔다.
* 조라 :주라. 머 이로 : 뭐 이래. 즈봉 : 바지
가왔나 : 가져 왔나. 방티 : 함지. 가가거라 : 가져가거라
밥방보 : 밥상보, 나도라 : 놔 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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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