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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굽 까만 나귀야 |
| 백태종 |
파랑새는 악보를 안 그린다
부르는 노래 끝없다
파랑새는 편지를 안 쓴다
그리우면 날아간다
그래서 말인데 나귀야
파랑새의 영혼은 짐질 수 없다
파랑새의 영혼은 네 등에 실리지 않는다
파랑새의 영혼은 하늘보다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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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순여사와 달푼씨 |
| 오즈마녀 |
달푼씨는 식탁에 앉아
빨간 칼 들고 빵을 손톱만하게 조각조각 잘라서
얌얌얌 묵고 먹순은 소파에 앉아 신문 뒤적거리면서
"벌써 토요일이네. 오늘 점심 뭐 해놓을까?"
"니 어제 몇시에 들어왔노?"
"김치 볶음밥? 쭈꾸미 볶음?"
"아니!"
"더 있다 가라는 걸 억지루 뿌리치구 오느라 힘들었어~ "
"......"
"납작만두에 칼국수?"
"아무끼나."
"그럼 저녁은?"
"글쎄~"
"그러엄 굶으까?"
"그러지뭐!"
"근데, 오늘 고기 먹어야 될 것 같은데
딸랑이 고기 안 먹인지 며칠 되었거든!"
"그라마 돼지고기"
"삼겹살? 아니면 고추장?"
"빠알갛게..."
"숯불구뻐? 그냥?"
"숯불!"
먹순은 연신 신문지 쪼가리를 부시럭 거리고
뽀시락 뽀시락 빵을 다먹은 달푼씨는 화장방으로 가고
먹순은 그 뒤를 쪼르르 따라 가며 두손 마주 잡고.
"근데 나 있찌이~ 오늘 숯불 살꺼야!"
"숯불은 와? 말라꼬?"
"왜는 무슨! 고기 꾸버 먹을라꼬 그카지!"
"먹순아. 니 제발 일 벌리지 말고 조용히 쫌 살아라!"
"내가 왜? 어얼마나 조신한데!"
"숯불 사갖꼬 뭐할라꼬? 집에 냄새만 나지"
"아니.뭐 진짜 숯불을 산다는 게 아니라.
번개탄 있잖아. 불살개 말이야.
그거 사서 쏴아악 굽으면 금방 된대~"
"우이그 그카다가 집에 연기 차서 경보기 울리고.
불이라도 나모 우짤끼고?"
"칫~ 그럼 뒷동산 가서 꿉으면 되지!"
"문디. 꼴난것. 나가서 사묵으모 되지.
동네방네 연기 피우고 ..사람들 놀래구로!"
"그치? 아무래도 그렇캤찌?
그럼 어디 가서 먹을지 맛있는 집 생각해 가지고 와아~"
흰머리카락 세 오라기 뽑고
타악 타악 소리내며 스킨 바르고
몇번씩 거울보면서 흠흠 하다가.
달푼씨는 잠바 들고 현관으로.
삼초 뒤. 먹순도 다시 쪼르르 그 뒤를 쫒아 현관앞.
"다-녀-와~
마누라 생각 하루에 다섯번씩 꼭 해!"
"다섯번 이상 하면 안되나?"
"으으음~ 절대 안돼~~~~~~~~ ~!!"
뺑먹순. 달푼씨 뒤꼭지 사라지고 문고리 놓자마자
헐렁한 소맷부리 마주잡고 박수두번 짝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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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시 오즈마녀 건망증이 도졌나구요?
큭~ 자장면에도 곱배기가 있는데...
오늘 메일링은 곱배기로 배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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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