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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全州 |
| 김사인 |
자전거를 끌고
여름 저녁 천변길을 슬슬 걷는 것은
다소 상쾌한 일
둑방 끝 화순집 앞에 닿으면
찌부둥한 생각들 다 내려놓고
오모가리탕에 소주 한 홉쯤은 해야 맞으리
그러나 슬쩍 피해가고 싶다 오늘은
물가에 내려가 버들치나 찾아보다가
취한 척 부러 비틀거리며 돌아간다
썩 좋다
저녁빛에 자글거리는 버드나무 잎새들
풀어헤친 앞자락으로 다가드는 매끄러운 바람
(이런 호사를!)
발바닥은 땅에 차악 붙는다
어깨도 허리도 기분이 좋은지 건들거린다
배도 든든하고 편하다
뒷골목 그늘 너머로 오종종한 나날들이 어찌 없겠는가 그러나
그러나 여기는 전주 천변
늦여름, 바람도 물도 말갛고
길은 자전거를 끌고 가는 버드나무 길이다
이런 저녁
북극성에 사는 친구 하나
배가 딴딴한 당나귀를 눌러 타고 놀러오지 않을라
그러면 나는 국일집 지나 황금슈퍼 앞쯤에서 그이를 마중하는
거지
그는 나귀를 타고 나는 바퀴가 자글자글 소리 내며 구르는 자
전거를 끌고
껄껄껄껄껄껄 웃으며 교동 언덕 대청 넓은 내 집으로 함께 오
르는 거지
바람 좋은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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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 |
| 한상진 - 임실 덕치 국교 6년 |
9월 30일
저녁때 집에 와서 조금 있으니까 엄마가 날 부르셨다.
난 얼른 가 보았다. 엄마는 "청운 할머니께서 아프다니까
이 밥과 눌은밥 좀 갖다 줘라."하고 말했다. 난 밥을 갖다
줬다. "청운 알머니!"하고 불렀더니 많이 편찮으신지 가
느란 목소리로 "누구냐?"하고 말했다. 난 "엄마가 이것
드시래요. 수저 갖다 드릴게요."하면서 "많이 편찮으셔
요?"이렇게 말하고 "안녕히 계세요." 하고 나왔다. 혼자
사시는 불쌍한 할머니이다.
10월 4일
할머니 자는 모습을 보았다. 너무나도 처량해 보였다.
외로운 모습이었다. 나도 세월이 가면 저런 날이 오겠지
하고 생각하니 내 자신도 불쌍하고 할머니도 불쌍했다.
얼굴은 마치 계단을 쌓아 놓은 것같이 주름살 가득하고
손은 차가웠다. 앞으로는 할머님을 잘 돌봐 주어야겠다.
10월 22일
아주 재미있는 날이다. 저녁에 밥을 했는데 삼층밥이
되어 버렸다. 제일 밑에는 새까맣게 타고, 그 위는 죽같이
물밥이고, 그 위는 진짜 밥이었다. 얼마나 우스운지 배꼽
이 빠지려고 했다. 가족이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아이
구 배야, 아유 배야." 모두 밥 먹을 생각은 않고 웃기만 했
다. 재미있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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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로키
달맞이꽃이
이리 예쁜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철길 가 자갈밭 외진 공터에
올해도 무더기로 돋아나서는
해 뜨기 전 피어나 그리움에 눈물짓고
달뜨기를 기다리다 이슬맞고 흐느끼는
피고 지고 또 피우는
겹겹이 쌓인 세월
샛노란 꽃이파리 하늘 하늘 한이되고
안개에 묻혀나는 기다림의 혼이되어
마지막 피워올린 노란 입술로
달 빛에 띄워보는 마지막 이별노래
달맞이 꽃이
저리 예쁜 줄은 오늘에사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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