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배롱나무꽃 |
| 이창수 |
창 밖 배롱나무에 핀 꽃이 붉다. 부끄럼을 잘 탄다고 어렸을 적 작
은형은 배롱나무 둥치를 살살 간지럽히곤 했다. 손가락을 대려는 시
늉만 해도 사지를 뒤채는 배롱나무에 백일 동안이나 꽃이 머문다. 껍
질도 없이 나무껍질에 숨어 사는 벌레도 없이 매끈하고 단단한 나무
에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온몸을 뒤흔드는 민감한 가지에 꽃이 피어
나고 있다. 예민한 것들은 쉬 져버리는 습성을 배신하며.
비를 맞고 있는 배롱나무의 꽃이 진다. 허공보다 깊은 침묵을 흔드
는 나뭇가지에서 붉은 반점이 떨어진다. 예민한 것들이 져버린 뒤. 푸
른 몽오리가 가지 끝으로 올라온다. 가지마다 피고 지는 다른 시간을
꽃으로 매달고 배롱나무가 흔들린다. 가장 가느다란 가지 끝 붉은 반
점이 떨어지고 있다 벌레 한 마리 숨기지 못하는 여린 마음으로. 어릴
적 작은 상처 하나 감당 못하며.
|
|
|
 |
| 담배 |
| 성은주 - 경북 성주 대서국교 6년 |
6월 15일
골에 풀이 많이 나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호미
를 두 개 가지고 오셔서 고랑에 풀을 뽑으라고 하셨다. 담뱃
잎도 무척 컸다. 위 끝에는 꽃봉오리가 생겼다. 나는 비닐 안
을 봤다. 풀리 말라 죽은 것이 많았다.
6월 18일
오늘 어머니께서 나와 같이 담배 꽃순 치로 가자
고 하셨다. 나는 가 보니 담뱃잎이 무척 컸다. 꽃봉오리도 조
금 컸다. 순을 치고 나니까 담배가 키가 컸다. 이제 조금 있
으면 잎을 따서 하우스에 말린다고 하셨다. 나는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6월 21일
오후에 가 보니 담뱃잎이 조금 시들었다. 나는 담
배 골에 들어갔다. 그런데 내 키보다 더 커서 내가 안 보이는
것 같았다. 담뱃잎도 내 다리보다 더 길고 컸다. 나는 빨리
담뱃잎을 따서 말리면 좋겠다.
6월 24일
오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논에 가 보았다. 내
키보다는 물론 컸다. 내가 담뱃잎을 만져 보면은 담뱃잎이
꺾어질까 봐 걱정이 되어서 만지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만
져 보았다. 만져 보니 손에 자꾸 붙었다. 나는 냄새가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
|
|
가만히 두드려보면
시를 사랑하는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릴꺼에요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애써 갖으려 하지 않아도
슬며시 파고드는 삶의 외침들....
가만히 눈 감아보세요 그럼 보일꺼에요
잠시 잊으려 애쓰지 않도록
잠시 아프다고 눈물짓지 않도록
그냥 그대로 가만히 계세요
사랑
진실
미래....
저 떠오는 태양의 빛으로 말하세요
아픈것은 그저 흐르는 바람에게 내어주시고
가만히 노래불러보세요 이 마음 다해서
아주 흔하디 흔한 노래를 불러도 좋고
내 마음 떠나지 않는 노래도 좋고
그냥 그대로 조용히 흥얼거리세요
세상 사람들이 뭐라든 그건 중요치 않죠
하늘이 잿빛 구름에 가려있어도
나만의 하늘은 늘 푸르른것을....
가만히 두드려보면
내리는 것이 있을거에요
그건 비가 아닌
눈부신 빛
가만히 두드려보세요
|
|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