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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
| 김기택 |
할머니들이 아파트 앞에 모여 햇볕을 쪼이고 있다
굵은 주름 가는 주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햇볕을 채워넣고 있다
겨우내 얼었던 뼈와 관절들 다 녹도록
온몸을 노곤노곤하게 지지고 있다
마른버짐 사이로 아지랑이 피어오를 것 같고
잘만 하면 한순간 뽀오얀 젖살도 오를 것 같다
할머니들은 마음을 저수지마냥 넓게 벌려
한 철 폭우처럼 쏟아지는 빛을 양껏 받는다
미처 몸에 스며들지 못한 빛이 흘러 넘쳐
할머니들 모두 눈부시다
아침부터 끈질기게 추근대던 봄볕에 못 이겨
나무마다 푸른 망울들이 터지고
할머니들은 사방으로 바삐 눈을 흘긴다
할머니 주름살들이 일제히 웃는다
오오 얼마 만에 환해져 보는가
일생에 이렇게 환한 날이 며칠이나 되겠는가
눈앞에는 햇빛이 종일 반짝거리며 떠다니고
환한 빛에 한나절 한눈을 팔다가
깜빡 졸았던가 한평생이 그새 또 지나갔던가
할머니들은 가끔 눈을 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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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면 |
| 박희복 - 상주 청리국교 3년 |
참새는 겨울이 지나간다고
지저거리며 얼마나 좋아할까?
나도 봄이 오면 일요일날은
보리밭 매로 간다.
들로 호미를 들고 가면
참새도 보리밭에 앉아서
땅을 쫏으며 벌레를 잡는다.
1964년 2월 23일
*매로 : 매러, 영남에서는 '밭매로 간다' '놀로 간다'
이렇게 말한다.
*쫏으며 : 쪼으며, 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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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게 바로 너 였구나 (봄에게)
은서
그래,그게 바로 너 였구나
오래전에 써놓고
아직도 부치지 못한 편지
하루에도 몇 번씩
입맞춤 하고 가면서
행여 들킬까
노랗게 개나리꽃 풀어놓고 가더니
그래,그게 바로 너 였구나
밤새 내 방 창가에
별빛으로 머물던
그리운 사람
마음으로만 크게 불렀는데
용케 내 속마음 알아채고
벌써 초록 풀내음으로 몰아온게
그래,그게 바로 너 였구나
마음에 단단한 문 잠그고
그리워도 말 못 건네고
고개숙여 지나던 그 길에
후두둑 후두둑
가슴 후련한 비 가득 뿌리며 찾아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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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