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 떠돌다가 돌아온 좀 모자란 아들놈이 궤차고 온 좀 모자라는 며느리년을 앞세우고 시어미는 콩 담은 봉지 들고 호미 들고 저물녘에 밭으로 가고
입이 한 발 튀어나온 며느리년 보고 밥 먹으려면 일해야 한다고 핀잔주지는 않고 쪼그려 앉아 두렁을 타악타악 쪼고 두 눈 멀뚱멀뚱 딴전 피는 며느리년 보고 어둡기 전에 일 마쳐야 한다고 눈치주지는 않고 콩 세 알씩 집어 톡톡톡 넣어 묻고
시어미가 밭둑 한 바퀴 다 돌아오니 며느리년도 밭둑 한 바퀴 뒤따라 돌아와서는. 저 너른 밭을 놔두고 뭣 땜에 둑에 심는다요? 이 긴 하루를 뭣 땜에 저녁답에 심는다요? 며느리년이 어스름에 묻혀 군지렁거리고 가장자리부터 기름져야 한복판이 잘 되지. 새들도 볼 건 다 보는데 보는 데서는 못 심지 시어미도 어스름에 묻혀 군지렁거리고 다 어두운 때에 집에 돌아와 아들놈 코고는 소리 듣고 히죽 웃는 며느리년에게 콩 남은 봉지와 호미 쥐어주고 시어미가 먼저 들어가 방문 쾅 닫고
여름 방학
이순일 - 안동 대곡분교 2년
여름 방학에는 보리 타작을 한다. 보리 까끄래기가 모간지에 붙으면 까끄라와서 못 견딘다. 저녁밥을 먹고 거랑에 가서 시원한 물 속에 들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