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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나온 여자 - 피난기 |
| 이향기 |
책 보따리와 옷 보따리만 들고 山中 할아버지 댁으로 갔다. 저녁
먹고 언덕에 올라도 별 하나 나 하나 세며 놀 수 없었다. 비행기가
산등성이를 스치듯 낮게 날면, 소쿠리만한 불덩어리들이 떨어져 내
리고, 굉음이 땅을 흔들었다. 산너머 어디선가 땅이 갈라지고 바닷
물이 끓어오르는 모양이었다. 그 불덩어리들이 우리 위에 떨어진다
해도 더 이상 뒷걸음 칠 수 없는 山中. 메뚜기와 가재를 잡다 억새
풀에 쓸리고, 꽁보리밥에 조밭열무 김치만 먹는 사이 한 여름이 갔
다. 가을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집 광 문에는 총알 구멍
이 나 있었다. 내가 나물 캐던 밭둑에는 한 병사가 죽어서 누워 있
었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전화선을 뽑는다. 얼마동안 먹을 채소와 쌀
반자루가 있다. 신문을 끊고, TV 코드를 뽑고, 시계와 달력을 내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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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참새 |
| 김미영 - 경북 경산 부림국교 5년 |
정분이 언니와 은애와 내가 걸어오고 있는 길에 참새 한
마리가 있었다. 참새는 죽었는 것 같았다. 큰 개미들이 참새
의 몸을 뜯어 먹는 것 같았다.
참새가 어떻게 해서 죽었는지 궁금해서 내 혼자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이 새총으로 잡았는강?"
"차 같은 데 치였는강?"
"새 잡는 사람이 총으로 쏘았는데 여기에 떨어졌는지 몰라
여기에 있는강?"
별별 생각이 다 머리에 떠올랐다.
정분이 언니가 발로 건드렸다. 막 소름이 나서 "엄마!" 하
며 도망치니 뒤에 있던 아이들도 소리치며 따라왔다. 나는
힘있는 대로 뛰었다.
얼핏 본 참새라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징그러운 생각뿐
이다. 그리고 불쌍한 생각. 나의 마음속에도 사랑의 싹이 조
금만이라도 있었으면 참새를 묻어 주었을 텐데, 나의 마음에
는 사랑의 싹이 없어선지 그냥 지나쳤다. 나의 마음속에 조
그람 사랑의 싹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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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들이 전쟁을 아나! 피난 갔다 오니 배미골 산 만대기에 시체가 산처럼 쌓였디라. 첨에는 하나둘 묻었지마는 난중에는 택도 없어 그냥 막 끌어 묻었디라. 여름에 그 산에 풀이 허리꺼정 자랐디라. 먹을끼 없어 산나물에 갱죽을 끓여 묵었디라. 겨울에는 그골짜기가 무서버서 얼씬도 몬했는데 ...무시라...사람이...그 풀을 다 뜯어 먹었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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