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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풍경 |
| 배창환 |
가을운동회 동네대항 응원 준비한다고
밥숟갈 내던지고 뛰어나간 아이가
동회관 앞 골목 외등 아래 모여 앉아
밤 이슥토록 쑥덕거리며 율동에 노래를 맞추고 있다
저 풍경, 얼마 후면 사라질 가슴 뭉클한 저 풍경 앞에
산책길 따라 나선 내 다리가 먼저 저립다
흐르는 시간을 낡은 필름 안에 가두어
정지화면으로 자꾸만 되돌려보는 것은
어릴 적 그 냇물에 다시 뛰어들 수 없음을 알고부터
익혀온 나의 오랜 습관이지만
지금, 나의 렌즈 앞으로 몇개의 화면이 스쳐 지나간다
별무리 이끌고 바람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떠나고
학교가 문을 닫아걸고 말없이 풍화된다
저 아이들이 기대앉은 흙담이 무너져 길로 들어가고
저 아이들 중 누군가의 아이가 다시 외등 찾아 모여들 때
저 아이들 중 몇은 도회지 아파트나 시장 변두리
흔들리는 불빛 찾아 곤한 잠자리에 들고
그 옆에 아이가 누워, 아버지의 추억이 된 저 풍경을 듣는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나의 렌즈 속
저 화면들의 질량은 완벽하게 보존된다
그러나 혼자 다 갖지는 못하고
저 아이들이 조금씩 나눠 가진다
안개가 없는데도 나의 렌즈가 흐려진다
오늘밤 저 놀이가 끝나기 전에
나는 우리 아이를 집으로 불러들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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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숙 |
| 박선용- 상주 청리 국민학교 4년 |
노란 서숙
고개 숙이고
서숙밭에 새 후치는
깡통
바람 불면
땡그랑 땡그랑
대가빠리만 달린
허수아비도
깍굴로
덕새를 넘는다.
* 서숙 : 조
후치는 : 쫓는
대가빠리 : 대가리
깍꿀로 : 거꾸로
덕새를 넘는다 : '덕수'넘는다' 고도 함. 학교의 체육시간에는
'앞구르기'라고 하는데, 이 말은 사전에도 들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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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숙"은 조, 즉 좁쌀을 말합니다. "서숙"을 쓴 박선용은 삼십년 후 이오덕님이 엮으신 책 끝머리부분에 쓴 글에서 그옛날 이오덕님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 중 그릇된 길을 간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고 이것이 어찌 우연이라 하겠느냐고 썼습니다. 아름답고 훌륭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야만 하는 일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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