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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
| 정희성 |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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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굼벵이 |
| 김성동 - 경북 안동 대성국교 6년 |
아침을 먹고 어머니께서 고추를 심으러 가자고 했다. 밭에
가서 어머니는 고추를 놓고 아버지께서는 심었다. 석동이와
나는 물을 줬다. 다 주고 모두 고추를 묻는데 벌거지 한 마리
가 나왔다. 어머니한테 가지고 가니까 고추를 끊는 벌거지겠
지 하고 죽이라고 해서 죽였다. 좀 오래 묻으며 나가는데 또
한 마리가 나와서 죽였다. 또 가면서 묻는데 또 한마리가 나
왔다.
이번에는 아버지한테 가지고 가니까 굼벵이라고 하셨다.
굼벵이가 머 되는데요? 하니까, 매미가 된다고 했다. 안 죽여
도 되제요? 하니까 말라고 죽여 버리제. 해서 삽가래로 반을
잘라서 죽였다.
고추를 묻으며 나가는데 굼벵이 새끼가 있었다. 안 죽이고
그냥 갔다. 굼벵이는 진짜로 매미가 될까. 생각하며 고추를
묻었다.
*벌거지 : 벌레, 말라고 : 뭐 하려고, 삽가래 : 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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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