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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꽃 1 |
| 최춘희 |
너는 내 코끝을 짜릿하게 덮혀줄 체온이 없다 만져보면 허름한 세월
삼켜온 때절은 가슴만 납작하게 손에 잡힐 뿐 기억할 그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 처음 빛났을 고운 채색과 무늬 흔적도 없고 나는 네게서 다 식은
한줌 향기조차 얻지 못한다 지나온 삶의 접혀진 모서리 먼지 뒤집어쓴
채 시들어 가고 부끄러움도 없이 속곳 내걸고 펄럭이는 분칠한 너의 얼
굴은 표정이 없다 어둠 속에서 바람의 옹벽마다 못을 박으며 한 시절이
저물어 간다 손아귀 가득 움켜쥔 뿌연 욕망의 횟가루 허공에 흩뿌리며
흰 수의 붉게 물들인 꽃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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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농사 |
| 박경석 - 경북 성주 대서국교 6년 |
우리 집 농사는 봄에 못자리를 만들기 위해 논을 가는 것
부터 시작된다. 거름을 들어내고 소로 깊이 갈아 물을 대어
써레질을 하고 모판을 만든다. 모판에 소독한 볍씨를 뿌리고
흙으로 덮은 다음 비닐로 하우스를 만들어 그 속에서 모를
키워 낸다.
모가 얼마만큼 자라면 논에 모내기를 한다. 모내기를 할
때는 소로 깊이 갈이를 하고 비료를 치고 나서 써레질을 해
가지고 논을 평평하게 해 가지고, 모판에서 모를 쪄서 논에
가져다 놓고 모내기를 시작한다. 모내기를 할 때는 우리들도
못단을 옮기거나 못줄을 잡아 가지고 줄을 맞춰 주기도 한
다.
모내기가 끝나면 할 일이 조금 없어지지만 농약을 칠 때
는 그렇지도 못하다. 일요일 날을 골라 약을 치면 우리 집 식
구 모두가 나와서 줄을 옮기고 약을 치는 데 바쁘다. 이 때면
우리들이 큰 역할을 한다
여름내 약 치고 돌보고 한 보람도 가을이 되면 보인다. 온
들판이 누렇게 익어 가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어른들은
이 때면 일손이 바빠진다. 벼 베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
리들은 벼 베는 일을 돕다가 손을 베는 수도 많다. 벤 벼를
말려 가지고 타작을 해서 광에 쌓으면 우리 집 농사도 끝난
다.
*써레질 : 갈아 놓은 논밭 바닥을 써레로 고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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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