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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그늘 |
| 홍완기 |
꽃이 떨어지고 있네.
바람이 불고 있네.
게다가 비까지 내리고 있네.
온 세상 흠뻑 적시고
흠뻑 젖은 세상으로
나 춥도록 비가 내리고 있네.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은
꽃나무를 바람이 흔들고
꽃대를 바람이 비틀고
시간을 두고 시간을 두고
그러면서 그렇게 바람이 있다는 말.
온 세상 흠뻑 적시고
흠뻑 젖은 세상으로
나 춥도록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은
꽃나무를 밑으로 파고들어가
뿌리까지 차갑게 비가 얼리고
꽃대를 훑듯이 위로 타고 올라가
꼭지까지 짓무르게 비가 불리고
시간을 두고 시간을 두고
그러면서 그렇게 비가 있다는 말.
그 있다는 말, 그 있다는 말로
한 점 그늘도 만들지 못하는 것
내가 떨며 기막혀서 보고 있었더니
기막혀 하는 마음 고맙다며
거기에 한 감성 보태라고
나를 보고 손짓하는 그 시늉
주위의 어둠을 불러모으네.
그래서 나는 잘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플래시 라이트를 밝혀 그 빛으로
그와 나의 그늘을 만들고
그의 그늘 꽃그늘 속으로
나의 그늘을 끌고 지워 들어가나니
꽃이 떨어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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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일 |
| 박길임 - 전남 신안 지도북국교 5년 |
학교에 가려고 책가방을 싸는데 엄마가 "학교에 가지 마."
하셨다.
"왜 학교에 안 가요?" 했더니 "오늘 밭에다 고구마 순을
놓자."고 하셨다. 다른 아이는 다 학교에 갔는데 나는 하루
종일 고구마 순을 놓았다.
도시 애들은 농사 짓지 않으니까 얼마나 좋을까? 심어도
심어도 끝이 없는 고구마 순을 놓으며 빨리 밤이 되었으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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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