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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배 |
| 박상천 |
어머니, 거울을 보니 제 얼굴이 삐죽해졌어요. 아침마다 열심히 운동을
한 덕분이에요. <시인이 무슨 배가 그리 나왔다냐>며. 그렇게 보기 싫어
하시던 제 배도 쑤욱 들어갔어요. 하지만 옷을 걷어 올리고 <어무니,이
젠 시인 배 같소?>하며 들어간 배를 자랑할 기회가 없네요.
새벽마다 천변을 뛰노라면 어머니의 그 말씀이 자꾸 귓전에 쟁쟁거려
요. <시인이 무슨 배가 그리 나왔다냐.> <시인이 무슨 배가 그리 나왔다
냐.> 살아 계실 때엔 귓잔등으로 그저 그렇게 넘겨버리던 당신의 말씀이
천변을 뛰는 발자국 소리를 따라 자꾸만 살아나요.
자식은 정작 자신의 시를 외우지 못하는데 자식의 시를 줄줄 외우시던
나의 어머니, 오늘도 새벽길을 뛰며 어머니 말씀 속에 담긴 시에 관한 진
실을 생각해요. 허리띠 한 구멍 한 구멍 줄여나가듯 시를 쓸게요. 시를
쓰는 자식이 늘 안쓰럽다시던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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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 |
| 김인원 - 상주 청리국교 3년 |
옆방 집 돼지는 노래를 좋아하지요.
아주머니가 밥을 주면 더 주까 봐
노래를 부르지요.
*주까 봐 : 줄까 봐.
196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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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온 것
낙엽
보고 온 것이 꽃이라,
꽃이라 아니할 수 없고
두고 온 것이 마음이라,
마음이라 아니할 수 없으니
꽃잎이 떨어져
마음 떠난다 함을
예서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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