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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 민박집에 두고 온 편지 |
| 김이듬 |
잠그지 마십시오 뻘건 페인트의 경고문이 적힌 수도관 타고 탁한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습니다 커다란 고무 다라이 말라빠진 하늘을 안고 축 늘
어졌습니다
수술했어 공짜로 예비군 모자를 털며 주인 남자가 평상에 눕습니다.아
왜나무 버짐 같은 꽃이 흩어집니다 여자가 게워 낸 밥알 공동 세면실 하
수구를 막았습니다 유별난 입덧입니다
분이 풀릴 때까지 전처 딸을 팬 여자가 하품을 하며 저녁을 짓습니다 바
다는 전복 속을 뒤집어 놓고 밤새 딸꾹질로 출렁댑니다
푸른 등을 돌린 다랑어 내장처럼 칼등으로는 기억의 도마 밖으로 쓸어내
고 싶은 게 있습니다 멀리 와서도 늘 발라먹은 속살 같은 풍경의 관객입
니다
이름 난 여행지가 대부분 그러하듯 실망스런 벗은 몸을 확인한 것 때문
이 아닙니다 벼러온 파혼을 감행하라고 모래 속 새가 퍼뜩거립니다 찾지
마십시오 나는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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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쌍한 고양이 |
| 김필선 - 경북 부림 6년 |
순희의 이모가 우리 집에 놀러 오셨다. 어머니와 이야기
를 하시다가 고양이 이야기를 하셨다. 이야기는 이렇다.
그때번에 어머니께서 순희 이모 집에 놀러 가셨을 때 어
미 고양이가 새끼를 여섯 마리나 낳았다고 했다. 그 고양이
를 시장에 팔러 갔는데 한 마리에 100원도 안 되어서 집에
가지고 왔다고 했다.
순희 이모는
"돈도 안 되는 고양이 키워 봤자 뭐하노. 마 죽이뿌까."
하셨다.
어머니께서는
"말라고 죽이노, 저 산에 갖다 버렸뿌라. 죽이는 것보다
안 낫나."
그래도 순희 이모는 시어머니께
"어무예, 부석에 고양이 있는데 불 질렀뿌까예?"
하니 시어머니께서는
"불 질렀뿌라. 불 질렀뿌라."
하셨다.
우리 어머니께서
"죽이지 마라. 말라고 죽이노. 돈은 안 되지만 그래도 키
워 봐라 왜."
하니
"말라고 놔두노."
하시면서 부석에 불을 질렀는데, 불이 훨훨 타는 데서 고양
이가 막 튀어 나왔다고 했다. 고양이 털이 불에 타서 털이
없다고 했다. 또 어떤 고양이는 불에서 못 나와 죽었다고
했다.
왜 그렇게 잔인하게 죽이는지 몰라. 뭐가 답답해서 가만
히 있는 고양이를 죽이노. 불쌍한 고양이. 순희 이모는 좀
착한 편인데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또 시어머니께서 죽이라 하는 일이 어디 있노, 아무리 순
희 이모가 죽일라 하드라도
"아가야, 왜 죽일라 하노. 죽이지 마라."
하셔야지. 왜 아무 죄도 없는 고양이를 죽이노.
불쌍한 어린 고양아, 잘 가거라.
1987.7.18. 토 맑음
꽃교실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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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키우려면 이런저런 것 다 감수하고 키워야 하는건데... 우리 어릴적에 울 엄니 "봐라 맹순아~ 개 콧등 말라뿌마 병 걸리가 죽는다." 캐도 부지런한 맹순이는 " 엄마는 ...개들이 감기 걸리가 코가 축축 하잖아. 요럴때는 누가 대신 닦아 줘야 돼....그래서 울 집 개들은 코끝이 축축할 날이 없었찌요! 그래 그랬는지 멀쩡하던 개들도 우리집에 와서는 오래 살지 못했지요...맹순아 가스나야~ 다정도 지나치면 병이라 캤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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