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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롱 생각 - 어머니와 아내의 장롱 사이에서 |
| 정대구 |
장롱은 어머니 것이고 아내의 것이고 내 것이 아니다 어머니의 장
롱과 아내의 장롱은 네모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어머니 장롱
은 이부자리를 장롱 위에 얹어 두는 아주 소탈한 것이었고 아내의 장
롱은 이부자리를 장롱 안에서 꺼내는 아주 크고 화려한 것이었다 어
머니 장롱과 아내의 장롱 사이엔 보이지 않는 알력과 질시가 있었고
나는 그 틈새에서 괴로워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 장롱은 결곡한 고집
으로서 버티었고 아내의 장롱은 번쩍이는 전의가 매우 도전적이었다
나는 지금 장롱과 관계없는 나날을 살고 있다. 장롱이 없는 내 방에
들어와 벌렁 침대 위에 눕는다 하지만 장롱의 싸움으로부터 아주 해
방된 건 아니다
장롱 위에 얹힌 이부자리를 내려 펴고 이불 속으로 빨가벗고 들어
가 어머니 품에 잠들었던 그때 그 어린 시절은 행복했다 단칸 셋방에
어머니가 평생을 두고 아끼시던 그 장롱은 어디로 갔는지 어머니를
따라 하늘나라로 날아갔는지 아득하기만 하고 아내가 10년을 넘게
경영하여 장만한 으리번쩍 열두 자짜리 자개 장롱 안에서 비단 이부
자리 꺼내어 아내와 함께 그 속에서 단꿈 꾸던 그 시절도 지금 여기
없고 간단한 서랍장 하나 놓고 홀아비 냄새 풍기며 장롱과는 아득히
먼 그리움으로 어머니를 입고 아내를 입고 뒹구는 오늘 저녁 어머니
는 어머니의 자리를 지키려 싸우시고 아내는 아내대로 양보함이 없는
틈새에서 나 쉽게 잠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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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 |
| 강희철 - 상주 청리국교 4학년 |
보리가 물결같이
하늘하늘한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하늘하늘한다.
바람이 안 불마
가마니 있다.
물도 보리와 함께
하늘하늘거린다.
물결 소리도
찰랑찰랑
소리도 잘 난다.
바람이 안 불만
고요하다.
그래 참 기뻤다.
*불마 : 불면 가마니 : 가만히
196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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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빅터 프랭클" 이라는 사람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를 읽고 있습니다. 이사람은 유태인 정신과 의사로 아우슈비츠에서 겪어던 자신과 그곳 사람들의 경험을 쓴 책입니다. 이책을 읽는데 예전에 보았던 "프랑스 중위의 여자" 라는 영화가 자꾸 생각나는 것입니다. 메릴 스트립이 주연했던... 그녀에게 사로 잡혀 두권으로 된 "프랑스 중위의 여자" 를 사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등대가 있던 황량하던 바다풍경과 시커먼 치마를 입고 숲 여기저기를 배회하던 메릴 스트립이 생각 났습니다. 책을 읽으며 그녀의 내면을 좀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었지만 책 보다는 영화가 마음을 사로 잡더군요. 대체로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 전 책 쪽이 더 맘에 들곤 했거든요. 노처녀 역할을 멋지게 해 냈던 메릴 스트립. 햇살 환한 오월 커텐 컴컴하게 치고 프랑스 중위의 여자란 영화를 다시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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