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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유소 |
| 윤성택 |
단풍나무 그늘이 소인처럼 찍힌
주유소가 있다 기다림의 끝,
새끼손가락 걸 듯 주유기가 투입구에 걸린다
행간에 서서히 차 오르는 숫자들
어느 먼 곳까지 나를 약속해줄까
주유원이 건네준 볼펜과 계산서를 받으며
연애편지를 떠올리는 것은
서명이 아름다웠던 시절
끝내 부치지 못했던 편지 때문만은 아니다
함부로 불질렀던 청춘은
라이터 없이도 불안했거나 불온했으므로
돌이켜보면 사랑도 휘발성이었던 것,
그래서 오색의 만국기가 펄럭이는 이곳은
먼길을 떠나야하는
항공우편봉투 네 귀퉁이처럼 쓸쓸하다
초행길을 가다가 주유소가 나타나기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여전히
그리운 것들은 모든 우회로에 있다
*『문학사상』 2003년 10월호
■ 시작메모 ------------
초행길을 가다가 오일이 다 떨어져 차안 오일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그때만큼은 오직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은 주유소였다.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차를 몰고 주유소에서 주유소까지만 다녔던 것은 아닐까. 일상에서 문득 우회해서 드는 생각, 마치 그것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여정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윤성택 시인의 홈페이지
http://www.poemfire.com/ 에서 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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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머니 |
| 박주희 - 대구 대봉국교 2년 |
4월 17일 - 외할머니
오늘은 정말 즐거운 날이다. 부산에서 외할머니가 오셨
다. 우리 외할머니는 오실 때마다 선물을 한아름씩 안겨
주시고 가신다. 부산에서 이 곳까지 오시면서 언니들 도
시락 반찬 하라고 오그락지를 맛있게 담아 오셨다. 저녁
때 돌아가실 때는 예쁜 신발을 사 주시고 가셨다.
인정 많은 외할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요.
*오그락지 : 무말랭이 장아찌.
4월 18일 - 새 운동화
생각지도 않은 새 운동화가 생겼다. 나는 아직 운동화
가 많이 떨어지지 않아서 엄마를 조르지 않았는데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시면서 색깔이 예쁜 운동화를 삼천 원
주고 사 주셨다.
고마우신 어머니께 보답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겠다.
4월 19일 - 지은이네 집
학교에서 돌아올 때 지은이가 책가방을 먼저 집에 두고
우리 집에 와서, 지은이네 집에 가서 숙제한다고 허락을
받고 갔다. 1학년 때는 잘 몰랐는데 2학년이 되어 처음
갔다.
지은이 할머니는 고향이 이북이라고 하셨는데 말씀하
시는 것이 우리들과는 달랐다. 그리고 예의를 지키는 집
안이어서 우리가 숙제하는 동안 예의에 대해서 말씀해 주
셨다. 나도 숙제를 마치고 오면서 인사를 공손하게 하고
왔다. 지은이 어머니께서 내일 또 놀러 오라고 하셨다.
4월 20일 - 숙제
나는 그림을 못 그린다. 그런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숙
제가 있어서 걱정이 태산 같았다.
산수부터 하고 나서 언니가 두 개를 그려 주면서 나보
고 하라고 해서 두 개는 내가 그렸다. 아무리 못해도 내가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네 힘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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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들 데리고 놀이터 가서 그네도 타고 미끄럼도 타고 시이소도 타고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고모 노릇할 기회가 없었는데... 아기들 자라고 나니 어린이날 풍선들고 놀이동산 가는 것 얼마나 기쁜일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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