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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의 경문經文 |
| 이정록 |
날고 싶은 것들이 죽어 흙이 되면 기왓장으로 태어난다 절 마당
가득한 저 기왓장들은 곧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새를 꿈꾸었던
영혼의 깃털마다 가족들의 이름과 골목길 복잡한 주소들이 적혀
있다 커다란 새 한 마리가 갈비뼈 뒤편에 업장을 서려 물고 있는
것이다 날고 싶었던 것들의 극락왕생에 낙서하지 마라 목어처럼
텅 빈 새의 뱃속에 알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법당문이나 환하게
열어젖혀라 그리하여 그 새 똥구멍으로 들이치는 찬란한 햇살에
눈이나 부비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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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팸플릿 |
| 황윤지 - 대구 산격국교 3년 |
실내 체육관에서 도서 전시회가 열렸다.
엄마와 같이 가 보니 그곳에는 출판사마다 책을 많이 전
시해 놓고 판매를 하고 있었다. 우리 집에 있는 책이 눈에
많이 띄었지만 책 종류는 정말 다양하고 많았다. 책을 사
려고 돌아다니니 어떤 아저씨께서 팸플릿을 주셔서 우리는
받았다.
한 바퀴를 둘러보았는데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없어서 한
바퀴를 더 둘러보았다. 그런데 아까 팸플릿을 준 아저씨가
또 그것을 주셨다. 그러자 엄마는 주는 대로 받으라고 하
셨다.
책을 사고 나서 집에 와 엄마에게 왜 주는 대로 받으라고
했는지 물어 보니 그 아저씨께서 주는데 우리가 받지 않으
면 그 아저씨의 손이 부끄러워지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다음 날은 아빠와 갔다. 아빠는 우리 책은 사 주지도 않
고 아빠 책을 사면 그 책을 내게 들라고 했다. 나는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내 책이 아니고 아빠 책을
사러 돌아다니는데 어제 엄마와 왔을 때 팸플릿을 준 아저
씨가 또 그 팸플릿을 줬지만 아빠는 받지 않았다. 집에 와
서 아빠가 왜 그 팸플릿을 받지 않았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
해 보니 집에 있는 것을 또 받으면 나중에 받은 팸플릿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
게 맞는 것 같아 엄마 이야기와 비교해 보니 두 분 말씀이
다 맞았다. 나는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엄마 이야
기와 아빠 이야기는 정반대인데 왜 두분 말씀이 다 맞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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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무엇인가
한승오
지난 가을 논에서 나온 볍씨가 우리집 마당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겨울잠을 잔다. 어디 따뜻한 구석을 찾아들 생각도 않고 매서운 겨울 기
운을 그대로 받으며 죽은 듯이 잠을 잔다. 마당 안으로 들이치는 겨울
눈보라와 살을 에는 겨울바람을 묵묵히 인내한다. 그런 침묵과 인내 속
에서 볍씨는 죽은 듯 미동도 않고 겨울을 나며 자신의 생명을 단련한다.
봄을 기다린다. 나도 그 볍씨와 함께 다가올 봄을 기다린다.
녹색평론 2005년 3~4월
쌀은 무엇인가 중 마지막 부분 - 한승오 (충남 홍성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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