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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밤 |
| 송준영 |
그대 홀로 가는데 눈이 오네
놀라와라
혼자 가는 그를 어떻게 알았을까?
물랐겠지 그래서
혼자 가는 걸 시로 짓고
눈 오는 소리를 듣는 거겠지
눈이 오네 듣는 이 없는
이 밤
귀, 귀들이 중얼중얼 나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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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손 |
| 김용환 - 안동 대곡분교 3년 |
내 손은
안 씻어 가지고
한짝 손이 자꾸 튼다.
칼 있는 아이한테
칼 좀 빌려 달라고 하면
안 빌려 준다.
내 손이 터 가지고
피 묻을까 봐 안 빌려 주나
왜 안 빌려 주노.
그리고 글때
손을 끊었는 게
안죽도 터가 있다.
눌리면
아프다.
1969년 11월 19일
*한짝 : 한쪽
글때 : 그때
안죽도 :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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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즐거운 것은
현욱아빠
어느 미남과 미녀가 있어서 둘이 서로 사랑하고 결혼을 하고 행복해져 즐거워하는 그런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는 어느 누구도 보지 않을 겁니다.
삼각 관계가 생기는가 하면 부모의 반대에도 부딪혀 보고, 우여곡절이 있으니까 영화는 재미있는 것입니다.
해피엔딩이 되든 안되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관객은 그 과정에 매혹되어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만이 영화를 다 보여주는 거라면 굳이
두 시간 이상을 허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끝나기 직전에 가서 보면 되니까요.
이 세상엔 결과에서 얻은 우연한 횡재를 지극히 기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얼마나 슬픈 일인지 모릅니다. 과정의 참 맛을 모르고 인생에 관해 과연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인생의 진행 과정이라는 것은 생산의 괴로움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기쁨이고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결과는 오히려 쓰레기와 같은 부산물일 수도 있습니다. 쓰레기를 목적으로 하여 소중한 인생이 너무 가치 없이 되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겠죠.
어찌 보면 결과와 목적은 비슷합니다. 목적하던 바를 달성했을 때, 그것은 어느 덧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둘은 분명히 다른 존재이기도 합니다. 결과는 눈앞에 나타내어 보여지는 것이지만 목적이나 목표는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도 않고 손에 잡혀지지도 않습니다.
목적이나 목표를 위해서 부단한 과정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자신을 빛나게 하지만 그 결과를 얻게 되었을 때, 그것은 이미 목적이 아니게 되어 버립니다. 또 다시 다른 목적과 목표를 정하고 그 과정을 이어가야 하는 게 인생이기도 합니다.
이 순간 쓰레기와도 같은 결과에 만족해하고 있다면 곧 어느새 그것의 부패하는 냄새를 맡게 될 것입니다. 목적을 정하십시오.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기고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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