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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 심심해서 |
| 채상우 |
그래서 말야 나는 내 배를 말야 그냥 기냥 쪼옥 한 번 그어보았단 말야 뭐가
있을까나 내 뱃속엔 정말 똥만 가득할까나 똥이 흘러 넘칠까나 그렇진 않겠
지 싶어 달달달 떨면서 마음을 다잡아먹고 아, 몰라 내 뱃속엔 그래 마음이 있
을까나 슬픔의 씨앗이란 게 뭐 그런 게 있을까나 아님 말고 싶어 라마즈 호흡
혹혹혹 세 번 하고선 쭉 그어보았는데 그랬는데 말야 출렁이던 배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허공만 애꿎은 허공만 두 조각으로 쫘악 갈라져
버리더란 말야 이를 어쩌나 파란 피 뚝뚝 흘리면서 허공이 말야, 내 이 웬수는
꼭 갚고야 말겄다 너 이 새끼 어디 두고 보자 이 좆만한 새끼야 그러면서 말야
쫙 갈라진 투명한 뱃속을 왈칵 쏟아내면서 생난리를 치는데 그러다 무릎을
팍 꿇으면서 나자빠지는데 나자빠져선 닥치는대로 아무꺼나 제 뱃속에다 막
집어넣는데,미루나무도 자동차도 도로도 떡가겟집도 보습학원도 미시촌도
삽시간에 뚝딱 810동도 809동도 805동도 호수공원도 호수공원에서 노닥거리
던 요크셔테리어도 개미집도 개미집 속의 좁쌀만한 알들도 꾸역꾸역 처넣더
란 말야 나만
빼놓고 내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에 있던 도루코 면도날도 확 채가
버리면서 나만 빼놓고 나만 쏙 빼놓고 제 뱃속에다 처넣곤 씩씩거리더란 말
야 씩씩거리다 씩씩거리다 쌔액 웃고는 도로 허공이 되더란 말야 나만 빼놓
고 나만 쏙 빼놓고선 덩그라니,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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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어머니 |
| 신석주 - 성주 대서국교 2년 |
우리 어머니는 서울에서 장사를 하신다. 이모집에서 살고
있다. 우리 어머니는 우리들 셋을 살리려고 고생을 한다.나
는 어머니가 보고 싶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나는 어머니
를 만날 수 있다. 어머니가 오시면 우리들을 데리고 서울로
간다. 나는 어머니가 와서 여기 살면 좋겠다. 그래도 어머니
는 서울로 가려고 한다. 나는 겨울이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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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당신도 청춘이 있었던 가요
최후란
어머니 당신도 파란 언덕을 뛰어다니며 꿈 많았던 청춘이 있었던가요
땅바닥에 굴러가는 나뭇잎만 봐도
깔깔대며 배꼽잡고 웃으시던 청춘이 어머니 당신에게도 있었던가요
그 옛날에 족두리하님 앞세워 부용향기 뿌리며
청춘을 버리고 낭군님 따라서 시집을 왔던가요
어제, 그제, 오늘만 같지요
아! 인생.......
어머니 세월은 당신의 육체를 다 갉아먹고
뼈만 남기고서 유수같이 흘러가 버렸네요
저는 말이지요 어머니 당신이 고통 속에서 이제 해방이 되었으면 합니다
천년의 용이 꼬리를 접고 돌아서듯이
어머니 당신의 고통스런 인생을 접고 편해지셨으면 합니다
당신의 자식들 병문안이랍시고 다니러 와서 서로 눈치 보며 아무 말 못하고
절만하고 가는 놈들 뒤통수에 주먹질 해대고서
어머니 난 당신이 “엉엉.” 우는 것을 보고 외면했습니다
당신의 울음소리는 제 심장을 전부다 도려 내버려서
이제는 눈물도 말라 버렸습니다
어머니!
옛날에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던 며느리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니 계시니
이불홑청 다림질하며 불편을 느낀 며느리
시어머니 생각나서 울었다는 이야기를
되새기며 저도 홀로 웁니다
외롭고 괴로워서 잠 못 이루고 뒤척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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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