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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
| 박주택 |
사닥다리가 내려오는데 눈이 부셨다
십 년을 가까이 산 집엔, 잠으로 가득 찼는데
숨기둥 밖에서 잠이 담뱃내가 밴 벽지와 비애를 이기고
긴긴 지옥의 창고를 부수어버렸다, 지붕에는 다시
망초꽃이 피고 밤에는 자작나무 가지들이
지쳐 있는 창문을 향해 바람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가장 깊은 잠이 이 세상에는 있어
죽음조차도 몸을 빼앗긴다, 서해까지, 무덤까지
윙윙거리며 고요히 길을 내며 비자나무숲을 만든다
저 깊은 마음에서 뛰쳐나와 기쁨의 꿈을 꾸며
구름의 서식지에 가서 지식으로 구름의 파수꾼이
되는 창문들,강의 목숨을 끊고 바닥을 기어
하구로 몰려가는 모래들처럼 서걱거리며 흩어진다
보라! 내려온다, 금빛, 허무의, 햇빛이 달디단 열매를 달고
중천中天에서, 기도하는 망초꽃 뒤에 숨어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붕 위로 고요하게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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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출장 가신 날 |
| 김태한 - 경남 통영 풍화국교 5년 |
오늘 우리 선생님이 출장을 가셨다. 첫째 시간부터 나
의 소원을 쓰고 있으니 1학년 1반 선생님께서 우리 담임
을 잠깐 한다고 했다. 그런데 첫번부터 매를 가지고 우
리에게 지지 않는다고 하더니 조용하라고 했다.
그러고는 공부는 하지 않고 편리한 생활을 하려면 돈
이 있어야 된다고 하셨다. 또 돈이 있으면 여자가 많이
생기고 놀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갑호와 나는 웃었
다. 또 선생님은 대학교가 있는데 4년짜리와 2년짜리가
있는데 고등학교 학력 고사는 쉽다고 하셨다. 그리고 4
년짜리 대학을 나와 취직을 하면 돈도 2년짜리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더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는 45살이 되면 물러난다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여러
말씀을 하셨다. 모두 편안하자는 말이었다.
그래서 갑호하고 나는 우리 집에서 굴 양식을 하며 살
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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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누님
박상분
산골 누님
하늘만 빤히 보이는 산골
뒤란에서 까치발로
먼 하늘만 바라보았대요
친정에 두고 온 막내 동생을
돌담 너머 먼 길로 바라보았대요
다섯 살이던 친종동생
이제는 장가들고 아기 낳아
곧게 뚫린 산골길로 누님 뵈러 간대요
어떻게 해요
누님은 까치발로는 모자라
아예 산등성이로 올라 갔대요
밤낮 산에 누워 있대요
산 아래 감나무엔 노을이 붉어요
우리 누님 새색시 적
두볼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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