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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방 |
| 조숙향 |
어머니 방에는 풍맞아
반신이 뒤틀린 오래된 장롱과
손으로 채널을 돌려야 지지직
소리를 내는 텔레비전과 무명실로
다리를 이은 돋보기 안경이
그대로 놓여 있다, 아직도.
여기에 오기까지 나는 35번 국도를 지나
구절양장 죽령을 어질어질 달려왔다.
지쳤다고 피곤하다고 투정하기 전에
코에 익은 익숙한 흙냄새가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힌다.
밤마다 베개 밑을 들쑤셨던 회오리바람도
반갑게 창문 틈새로 고개를
갸웃, 내민다.
장롱 속에는 늘상 덮고 주무셨을
어머니의 이불이 아직 따스할 것이다.
나는 주술에 걸린 어린아이처럼
깊은 잠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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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가는 길 |
| 이도재 - 안동 대성국교 3년 |
나는 오늘 아침에 어머니한테 밥을 빨리 달라고 졸랐
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밥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래서 밥도 안 먹고 학교에 갔습니다. 나는 가다가 석
주하고 동규하고 같이 갔습니다. 나는 맨날 동규를 부를
때에는 동규라 부르지 않고 똥팔이라고 부릅니다.
나는 "야, 어제 박찬희 그르마, 머 졌는데 졌다."고
하니까 석주는 "맞어."하고 말했다.
동규는 "잠탄은 일본놈 그르마가 장갑을 뚫어 놓고 칼
을 꼽아 가지고 때렸을걸." 하고 말했습니다.
석주는 "맞어. 안 그머 왜 이마를 때리니까 그대로 이
마에 피가 나노."말할 때. 내가 홍수환이를 말하니까
석주는 "맞어. 홍수환이 그르마 금메달을 많이 따놓이께
내 권투는 생전에 안 한다 왜." 했습니다.
*잠탄은 :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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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그릇
쓴사람 : 시를 사랑하는
저는 꽃순이가 저 건너마을에서 시집 올때
달그락 달그락 따라온 그릇입니다.
수줍고 앳된 것이 봉긋이 올라 여민
저는 열여덟 꽃순이의 젖가슴을 닮았습니다.
바람따라 하얗게 지는 꽃 향기 너머로
말 없이 손만 내젓던 어머니가 그리워
아궁이 불 지피다 고인 눈물 닦아냅니다.
그러더니 저를 들고 깨질듯 차가운 물 단숨에
벌컥벌컥 마셔버립니다.
물따라 고향생각 가슴으로 삼켜버립니다.
꽃 피고 지기를 여러해
호미 들고 앉아 밭고랑 메고 또 메면서
꽃순이의 이마에도 어느새 고랑이 생겼습니다.
한숨이 깊어 밤이 깊어갈수록
고랑도 같이 깊어져
제 가슴 가득 꽃순이의 한숨을
모두 받아내고 싶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꽃순이 큰 딸 따라
밭으로 갑니다.
"어무이요, 새참 들고 하이소"
세월에 굽어 힘겨운 얼굴은
다닥다닥 마른 흙 채 털지도 못하고
막걸리 한사발 먼저 들이킵니다.
"야, 야, 영희야아--- 나는 이렇게 늙어가는디
이 그릇은 늙도 않은갑다."
어느새 꽃순이는 그 옛날 고향마당에
노래 한자락 타고 앉았습니다.
그 노래 따라 제 마음이 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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