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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동우물 |
| 강문숙 |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그의 아내와 지나간다.
댕기머리 아들이 천자문을 끼고 지나간다.
헛기침하며 교자 탄 나으리 지나가고
농사꾼 방물장수 유기전의 사내들이 떠들며 지나간다.
쪽진 머리의 그의 아낙들 젖통을 흔들며 지나간 뒤
소와 말,돼지와 홰를 치던 닭들이, 쥐새끼들이 지나갔으리.
천체박물관 전시실 안,앙부일구仰釜日구* 청동의 육중한 원을
따라 하염없이 감겼다가 풀리는 소리들이 있다. 웅웅거리며, 무
수한 결을 따라 돌다가 전시실을 가득 채운다. 그소리는 푸르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란 때로, 소리가 되어 떠돌기도 하는 것인
지, 저 깊은 시간의 우물 속을 들여다보노라니 머리끝이 쭈뼛해
진다. 사소한 기억까지도 담고 있는 청동우물.
손바닥을 대어보니, 사라진 것들이 속속 돌아와 울음 섞인 노
래를 풀어놓는다. 자꾸 슬픔 쪽으로 기울어지며, 무중력의 그 속
으로 빨려 들어가던 나는 문득, 어디서 왔는지 한 점 서러운 꽃잎
이 떨어지는 걸 본다.
비와 바람과 햇빛들이 일렁이는 심연에서, 이윽고 아득하고도
맑은 종소리 울려나온다.
어느 사원인들 저토록 깊을 수 있을까.
*앙부일구 - 저잣거리에 두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볼 수 있게 한.
세종 때 만든 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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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끌어 오기 |
| 오순애 - 화천 운수분교 4년 |
길자네 위에
오빠가 나무를 해놓았다.
칡을 가지고 가서
올갱이에 매서
나무를 질질
끌고 온다.
나무를 끌고 오다
돌에 걸리면 화가 난다.
*올갱이에 매서 : 올갱이 매듭으로 풀리지 않게 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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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몹쓸 가시내
쓴사람 : 향운
갈대가 우는 것을 본적이있다.
니 가고 난후
차창 밖으로
그렇게
갈대가 하늘이
목 놓아 울고 있었다.
몹쓸 가시내 하고 발로 차버려라
차버리고
돌아보지 말고 그냥가라.
그리 가다가
발병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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