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슬픈 박모薄募 |
| 심재휘 |
가을 저녁의 해는 항상
우리가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져버립니다
그러면 어두워지기 전에
사람들은 서둘러 사랑을 하고
출장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낡은 구두를 벗고
손자의 손을 잡은 할머니는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갑니다 서툴지만
더 어두워지기 전에
해 지고도 잠시 더 머무는 저 빛들로
세상은 우리의 눈을 잠시 미숙하게 하고
낮과 밤이 늘 서로를 외면하는 이 시간이면
강변대로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싶었습니다
해 지고 어두워지기 전 흐르는 강물을
아직은 똑똑히 바라볼 수 있을 때
어디론가로 무섭게 달려가는 차들을 보며
이루지 못하였던 한때의 사랑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해 지고 어두워지기 전
보이지 않는 빛을 머금고
자꾸만 멀어져가는 저 구름들처럼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용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해는 졌지만
어둠 속으로 서서히 잠기는 세상이
눈을 뜨거나 혹은 감아도 자꾸만
어쩔 수 없이 환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대여 해 지고 아주 어두워지기 전
언제나 내 마음이 이럴 줄 알았더라면
박모의 머뭇거리는 밝음이 어둠보다도 더욱
나의 시력을 아프게 할 줄 알았더라면
해 지고 바로 어두워질 걸 그랬습니다
그게 더 손쉬운 일이었습니다
|
|
|
 |
| 불쌍한 우리 언니 |
| 손난숙 - 충남 대천여중 3년 |
나는 우리 언니가 불쌍해 보인다. 우리 집은 식구가
아홉인데 아들 넷에 딸이 셋이다. 그 중에서 우리 큰언
니만이 몸이 좀 불편하다. 어려서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서 다리가 정상인처럼 좋지가 못하다. 손도 또한 그렇고
......그렇다고 해서 활동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언니는 얼굴이나 재능이 남보다 뛰어나
다. 몇 년 전 서울에서 학원을 다녀 한국 통신 기술 1급
자격증을 얻었다. 그것은 우리 식구 모두와 언니의 피나
는 노력의 대가였다. 그런데 그런데......언니는 취직이
안 됐다.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래서 그냥 집에
서 자기 공부를 조금씩 하며 지낸다.
왜 그런 이유로 우리 언니 같은 사람을 받아 주지 않
는지, 사회가 원망스럽다. 언니는 국민학교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쉬운 영어, 한문 같은 것들은 거의 안다.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언니.
우리 사회에는 언니 같은 사람이 많이 있을 줄로 안
다, 그런 사람을 위한 제도가 사회에 필요할 것 같다.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언니를 보며 부모님께서는 무척
괴로워하신다.
나도 언니 못지않게 누구보다 더 나은 지식인이 되려
고 노력하고 있다. 언니를 보면서 내 생활을 반성하며
비록 산업체 학교지만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
|
|
제목 : 유리조각 날다
쓴사람 : rimbaud
치유될 수 없는 유리 조각의 죄악
적막은 그곳을 향해 별을 쏘다.
허공에 매달려 안간힘을 다해 숨쉰다.
가빠진 호흡의 선율은
곧 생명을 잠재우니,
이 모든 게 천지(天地)의 대지(大志)가 아닐까.
내뿜던 빛마저 지옥을 향해 떠나고,
방랑자 되어 이리 저리 유희에 젖어 떠돈다.
하나면 족할 것을 신화의 틀 속에서
다시 한번 상처는 재현된다.
죄악의 뿌리를 감싸던 알 수 없는 향수
촉촉이 스며들 즈음에 유리 조각 날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