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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수지 |
| 이재무 |
그녀 스스로 속 내보인 적 없다
아무도 그녀의 나이를 모른다
나는 그녀가 크게 웃거나 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잔주름 많고 검푸른 눈엔
그렁그렁 수심이 고여있다
수심 깊어서 한낮엔 앞산 뒷산을 담고
밤에는 천상의 것들 넉넉히 품는다
어느 해인가 빚에 쫓겨 도망다니던,
성실했으나 불운했던 사내 끌어들여
서방으로 삼았다는, 구설 끊이지 않는
무서운 여자. 비밀 많은 그녀가 딱 한 번
궁금한 속 내비친 적 있다
지독한 가뭄이 있던 그 해 여름
화냥년 되어 가랑이 쩍 벌리고 누워
소문 듣고 온 남정네들 설레게 했다
그녀 진흙 같은 자궁 속에는 팔뚝만한
잉어며 붕어들이 나뒹굴며
쩍쩍 입 벌리고 있었다
수심 깊은 여자
위기의 사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늙지 않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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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
| 정혜영 - 강원 사북국교 2년 |
우리 집은 방이 너무 좁다. 그래서 나는 잠을 편하게
못 잔다. 그리고 내 동생이 한 명 있는데, 내 동생은 잠
을 아주 이상하게 잔다. 내 배에다가 다리를 올려놓거나
아니면 우리 엄마 가슴 위에서 엎드려 잠을 잔다.
그래서 나는 아빠보고 방이 넓은 데로 이사를 가자고
그러면, 아빠는 자꾸 1년만 더 살고 가자고 하신다. 엄
마한테도 그러면 엄마는 또 아빠하고 다르다. 엄마는 3
년만 더 살고 가자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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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찢어진 엄마 고무신
쓴 사람 : 손수레님
어릴적 저희 집 앞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읍니다,
지금에 한강보다 더 큰 아주 큰강이 흐르고 있었읍니다,
몇해 전 추억을 더듬고자 다시 찿은 그강은 한강보다 더 넓고 깊은강은
어디로 갔는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조그만 하천만이 흐르고 있었읍니다,
어릴적엔 그렇게도 넓고 깊은강 이었는데...
두눈을 부비며 다시한번 바라보아도 모든것은 제자리에 있었지만
달라진건 저의 키가 조금도 크고 눈이 더커져 그랬던가봐요,
어린시절,
읍내를 갈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했었죠,
지름길로 가기위해 그강을 건너야만 했답니다,
바지와 팬티를 벗어서 어깨에 대각선으로 질끈 동여매고
더듬 더듬 그강을 따라 건냈죠,
어느날 오후,
어머님이 머리에 잔뜩 무엇인가 이고서 그강을 건너 시내를 가셨어요,
먼 발치 바라보니 어머니는 치마를 입에다 물고서
물결 따라 비슷듬이 건너고 계셨어요
어머님 가신 모습 바라보면서 저는 큰소리를 쳤지요 아주 큰소리로
엄마 고쟁이 젖어요!
그소리는 저의 마음속에서만 맴돌고 있었어요
그리고선 촘촘히 걸어가셨어요
저녁 무렵 돌아오신 엄마를 바라보니 한손에는 찢어진 고무신 한짝이 들려져
있었어요,
순간 나의 시선은 아래로 향해져 있었읍니다
엄마는 한쪽 발에는 고무신과 한쪽 발에는 맨발이었읍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다보니
이것좀 받아라 하시는거였어요
정신을 차리고 머리에 이고 계신 봇짐을 내려놓고
왜 그러세요?
발이 땀이차서 미끄러져 찌져졌어,
하고 태연히 말씀하시는데 저는 왜그리 당황스럽던지...
당황스러움도 잠시
그날 저녁 저는 이불속에서 저고무신을 엿장수를 주면 얼마 만큼의 엿을
받을수 있나 생각을 하노라니 입안에는
어느새 한모금의 침이 고여있었읍니다
달콤한 밤을 지새우고 아침에 일어나 엄마의 찢어진 고무신을 찾았어요
엄마의 찢어진 고무신은 간곳이 없고
그자리엔 헝겊대어 기워놓은 고무신이 놓여 있었어요
엄마는 밤새 그고무신을 기우셨던 거였어요,
엄마,
그 고무신 버리세요,
창피해요,
새것으로 사세요,
아니다,집에서 신는것 아무려면 어떻냐,
무심히 말씀하시며 시선가는곳에
나의 눈길따라가니
그곳에는 장농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하얀 고무신 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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