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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도 입구에서 |
| 이기성 |
하필이면 그가 지하도 입구에 앉아 있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사내는 옥외 광고판처럼 비가 오면 비 맞고
먼지 불어오면 먼지 속에 앉아 북어처럼 흐려지는 눈으로
지나가는 구두를 본다. 발목 위의 세상
한 번도 그의 시선을 끌어당긴 일이 없었던지 그는
고개를 맞춤하게 구부리고는 지나가는
낡은 가죽구두, 광이 번쩍 나는 새 구두,
진흙이 말라붙은 운동화, 비닐구두와
은행잎이 바닥에 달라붙은 납작한 굽의 구두가
바쁘게, 느리게. 한가롭게 지나가는 걸 본다.
절대로 발목 위로 고개를 드는 법이 없다.
누구나 세상을 걸어가기 위해 한 켤레의 구두를
장만해야 하듯 그는 고개를 수그리는 것이다.
때로 하반신 검은 타이어로 싸맨
사내의 앞으로 백동전들이 굴러오는 경우가 있으나
그건 그를 모르는 자들이 두들겨대는
헛된 노크에 불과하다, 그는 절대로 열리지 않으리니,
갑자기 그의 눈앞에서 주먹만한 작고 빨간 구두가
딱딱한 지상에 착지하기 위해 뒤뚱거린다.
세상의 모든 골목을 지나온 피로하고 헐렁한 구두를 볼 때보다
더 세차게 그의 가슴 위로 무언가 지나간다.
그럴 때 그는 몸을 일으켜 아이의 신을 벗기고
허공으로 놓아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세상은 작고 빛나는 구두에서 시작되어
굽이 닳아가는 너덜한 밑창에서 끝난다는 걸
너무 일찍 가르쳐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는 지하도에 앉아 그 아이가
지구를 몇 바퀴 돌아올 때까지 긴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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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책 |
| 안중규 - 성주 대서국교 6년 |
나는 가끔 만화책을 본다.
왠지 내 마음이 철같이 되어
자석 같은 만화에 끌려간다.
그러나 구리로 변해 버리면
만화는 멀리 달아나고
동화책이 끌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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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고른 시 두편이 다 마음에 듭니다. " 지하도에서"를 읽으며 시인의 나이가 궁금해졌습니다. 1966년생이라고 되어 있으니 그리 많은편이 아닌데... 그녀의 다른 詩들이 궁금해 집니다.
저는 요새 만화병이 도져서 어제는 중고만화가게를 엄청 뒤졌습니다.
1970. 80년대 제가 보았던 만화들은 거의 사라져 구할 수가 없네요. 아쉬워라~ 그치만 덕분에 좋은 헌책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쓴 최남선의 1934년도 초판본은 이백만원 정도. 1920년대 쯤의 문학잡지들도 꽤 비싼 가격에 나와 있고요. 저는 김원룡의 "한국미술사" 초판본이 탐났는데 삼십만원이라 포기 하고 그대신 "한국의 민화" 와 "한국의 석탑" 한권씩을 주문 했습니다. 수업시간에는 판판이 농땡이 부리다가 뒤늦게 철이 드는건지 ...고려 불화, 사찰의 부도에 관한 것들도 사고 싶었지만... 아무튼 백과사전 크기에 호화 컬러본에 이백페이지 이상이라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더울 것이라 해도 날이 개이니 기분도 밝아지네요.
좋은 하루 좋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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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