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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림의 봄 |
| 조향미 |
함양 상림을 지날 때는 언제나 겨울
잿빛 가지들만 보고 지나쳤다
그 오랜 숲은 지치고 우울해 보였다
길가 벚나무들 방글방글 꽃피울 때도
숲은 멀뚱하니 바라만 보았다
또 봄이야 우린 이제 지겨워
늙은 나무들은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보름 만에 다시 상림을 지났다
아니, 지나지 못하고 거기 우뚝 섰다
아, 천년 묵은 그 숲이 첫날처럼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시커먼 고목 어디에 그렇게 연한 피를 숨겼는지
병아리 부리 같은 새잎들이 뾰죡뾰죡 각질을 뚫고 나왔다
작은 물방울 같은 것이 톡톡 터지는 소리도 들렸다
온 숲에서 달콤한, 솜털 뽀얀 아가 냄새가 났다
봄바람은 요람인듯 가지를 흔들고
새잎 아가들은 연한 입술로 옹알이를 한다
참, 그만 모든 것 내던지고 싶은 이 만신창이 별에서
숲은 무슨 배짱인지 또 거뜬히 봄을 시작한다
환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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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나무 |
| 김종희 - 화천 운수분교 5년 |
살랑살랑
흔들리는
미루나무 끝 가지에
검고 젊은 까마귀
앉아서
애들이 싸우는 걸 보고
음 그거 좋지 않아
하며 고개를
가로 젓고
또 마을을
쳐다보다가
애들이
사이 좋게 노는 걸 보고
허 그거 참 좋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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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미님의 "상림의 봄" 은
녹색평론 2004년 5-6월호에 실린 작품으로.
녹색평론은 한번쯤 읽어 볼 만한 야단스럽지 않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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