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시한편

내 곁의 시 한편

이 시간이면

임후성

허드렛일. 잡역부도 무심히 해치울
일당과 근육만이 고려되는 그런 때가. 와 버렸으면 아니 오겠
는가
이 작고 반짝이고 심지어 날카로운 것이
그것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내 가슴 속에서 뛰어오른다
부딪힐 내벽이나 높이를 잊게 만드는 데 충분한
그 약동. 푸우...하는 깊은 숨소리에 앞이마에 흘러내린 머리
카락이 흔들릴 때
아 이 사람도 알고 있구나 내가 쉽지 않다는 거
한꺼번에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상념이 몰려오고
한순간 거세게 복받쳐올라 대체 무슨 감정인지 이해할 수 없는
그 와중에도
공모의 음성. 덩굴장미의 암도 아래서 들이마신 일생의 심정
처럼
아무도 없는 곳에서 또르르 굴러다닌다 링거액같이 느리게. 어
쩔 땐
토끼 똥처럼 짧게 뚝
나를 마주보며 똑 채우라. 거듭 채우라. 이렇게 건너오는 말소리
몰입이 말을 안 듣고 빛이 깨지는 기운이 완연할수록
그 무념무상의 노동일은 쿵쿵거리며 뛰어온다
들려오는 하늘.
울리는 땅
마치 그것은 비탈처럼 급격히 떠오른다
비탈길 옆 비탈처럼
한 방울 안에 한 방울 안에, 를 똑. 이 구슬 소리
한 마디 한 마디 잠그려면
오 내 마음씩이나
내 마음에 필요라니
직경이 같은 홈통끼리 서로 알아보는 것처럼
아무 형상도 그리지 않고
떵떵거리며. 아 그들

신문 배달

전성열 - 강원 사북국교 6년

1980년 12월 3일
오늘은 신문 배달을 하는 게 힘들었다. 그 이유는 너무
나 추웠기 때문이다.
신문이 다른 때보다 무거웠다. 신문을 배달 하면서 나는
괜히 했다 싶었다. 그렇지만 꾹 참고 나의 일에 온 힘을
다했다.

12월 4일
역시 날이 오늘도 아주 차가웠다. 배달을 너무 일찍 해
서 더 추웠다. 그래서 추위를 무릅쓰고 다 배달을 하고 지
서에 배달을 갔다. 그런데 지서에서 순경 아저씨께서 불
을 쬐고 가라고 했다. 불을 따뜻이 쬐고 나오니 별로 춥지
않았다. 나는 너무나 고마웠다.

12월 5일
새벽에 나갔더니 역전에서 사람들이 불을 쬐고 있었다.
나도 가서 불을 쬐었다. 조금 쬐다 보니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역 안으로 들어왔다. 몹시 추운 것 같았다. 그래서
난롯가를 피해 줬다.

12월 6일
역전에서 형이 춥다고 하여 불장난을 하였다. 역전에서
일하는 아저씨가 오셔서 종칠이를 발로 찼다. 그러나 형
은 모른 체했다. 형은 맞지 않았다. 종칠이는 맞았는데 형
은 맞지 않은 것이 형을 밉게 했다.

12월 7일
신문이 두 뭉테기가 왔다. 그래서 약 천 부가 왔다. 형
이 백육십 부, 나는 백 부를 가지고 배달했다. 신문이 너
무나 무거웠다. 그래서 나는 지국장을 속으로 욕했다. 내
생각에도 신문이 너무 무거웠다.

12월 10일
요즈음 우리 신문 서울신문이 자꾸 없어졌다. 지국장이
화가 나서 한국일보 지국장을 어제 욕을 했다. 새벽에 일
찍 나가서 한국일보를 띄우고 싶었다. 일찍 나가기는 했
지만 한국일보를 띄우지 않았다.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띄우고 : 빼돌리고.

12월 11일
역전에서 신문을 세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신문을
빼앗으려 했다. 주지 않았다. 배달을 가려 하는데 그 사람
이 밖을 보면서 귀신이 온다고 하였다. 그 사람이 어떤 사
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젊은 사람이었다. 참 안타깝게 생
각한다.

12월 12일
역전에서 신문을 세아르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가 나를
보고 몇 학년이냐고 묻길래 나는 6학년이라고 했다, 그러
고 나서 그 할머니가 고생을 한다고 했다.
나에게는 오히려 신문 배달이 재미있다.
*세아르다 : 세다

어떻게 해서 오즈 메일링을 받아 보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셨지요.
오즈홈 "내 곁의 시 한편"이란 것에 e 메일과 아이디를 직접 써 주셨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친구가 대신 오즈홈에 와서 신청해 주셨을지도 모르고요. 어쨌거나 모두 오즈홈에서 가능한 일 입니다. 메일링에 싫증이 나시면 언제든 오즈홈에 오셔서 해제 하시면 되고 함께 나누고 싶은 기쁨이나 시가 있으면 제게 메일 주시면 배달 해 드리겠습니다.

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