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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물 무렵 |
| 배창환 |
하루해 노그라진 몸 뉘려고 욱은 잔솔밭에 둥지 튼 마을
집으로 오는 길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하늘땅 어디라 할 것 없이 한폭으로 거창하
게 펴놓은 애저녁 놀빛 때문에 그만 길을 잃었습니다.
불타오르는 건 아마도 처음부터 붉은빛에 속하는 것이었
는지 모릅니다. 누군가의 그윽한 눈빛 같은 꽃 한덩이, 순식
간에 사방팔방 꽃보라로 흩어져 모두 제자리 하나씩을 차지
해가던 참이었습니다.
나는 문득, 너무 아름답다는 말을 흘릴 뻔하다가, 한참 전
언젠가의 바로 오늘, 저 놀 앞에서 잊어버렸던 말이 생각났
습니다.
내 죽음도 저런 것이었으면, 내 삶도 저런 것이었으면......
남을 것은 남고 바쁜 것들은 또 제 길을 찾아 서둘러 떠나
도록 홀로 남아 바라보는, 미루나무 몇그루 있는 그 길이 점
점 비어서 아득해지는, 저물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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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 배달 |
| 전진석 - 부산 대양중학 2년 |
신문 배달을 하면 돈도 벌고 운동도 하고 일석이조가 되
니까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신문을 돌
려 본 사람이나 돌리고 있는 사람은 이런 소리를 들으면 화
를 낼 것이다. 왜냐하면 신문을 돌릴 때 뛰니까 운동이 된다고
만은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신문을 받는 집에서 어떤 물건이라도 없어졌을 경우에는
신문을 돌리는 자기가 제일 먼저 의심을 받는다는 것이다.
아무 이유없이 의심을 받는다고 하면 얼마나 슬픈지 모를
것이다.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나오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수
금을 많이 하지 못하면 총무한테 욕을 듣고 다시 쫓겨나고,
밤 늦게까지 돌아다니다가 보급소에 들어와서 욕을 듣고 집
에 가곤 한다.
어떤 때에는 신문을 받아 보는 집에서 다른 사정이 있어서
신문을 받아 보지 못할 경우가 있다. 이럴 때에는 골치가 아
프다. 아주머니나 아저씨는 신문을 넣지 말라고 하고 총무는
자꾸 신문을 넣으라고 하고, 그래서 아주머니나 아저씨에게
욕을 들어 가면서도 몰래 몰래 던져 놓고 도망가고, 어쩔 때
는 잡혀서 못됐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욕을 듣고는 다시 보
급소에 와서 총무한테 말씀드리면 계속 넣으라고 하신다.
그렇게 해서 한 달 동안 넣고 나서 신문 대금을 받으러 가
면 욕만 듣고 돌아오곤 한다. 그렇게 매일 욕만 듣고 또 신문
사에서는 수금을 안 받아 온다고 욕을 듣고, 신문 값을 안 받
아 왔다고 월급에서 신문 대금만큼 빼고 월급을 주니까 기분
도 나쁘고 욕만 듣는다.
신문을 돌리면 돈도 벌지만 욕도 많이 먹고 힘도 굉장히
든다, 그런데 신문도 돌려 보지도 않고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은 잘못이다. 좀 알고 이런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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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밤 터는 날
쓴 사람 : 해뜨는 집
밤 터는 날 사랑채 삼촌은 바쁘다 도랑 가에 즐비한 밤나무를 다 털어야 하는 탓이다 삼촌은 장대로 후려치고 나는 틈에 끼어서 알 밤톨 찾기가 즐겁다 아 앙 삼촌 아파~~ 밤송이에 맞았다 따갑지만 거반은 겁 질린 엄살이다 놀란 삼촌은 나를 안고 뛰었다 엄마 호들갑에 아버지는 밤 가시를 뽑아주었다 한참을 잔 것 같다 대청 마루가 웅성인다 나는 짐작한다 분명 할아버지는 긴 담배 대로 삼촌을 지시하고 있을 것이다 읍내 고모 할머니네로 뒤뜸 종 조 할아버지네로 이리저로 갈몫이 나뉘일 것이다 나는 슬그머니 끼어든다 몫이 자루마다 있다 새 아가~~ 할아버지가 엄마 부른 이유도 안다 작년에도 또 그 작년에도 그랬으니까 문 열이 삶아 먹이라는 내 몫이 챙겨진다
지금 밤을 삶는다 맛있게 먹어보지만 그 때 문 열이 몫으로 주셨던 할아버지 밤 맛은 아니다 포솔 거리고 맛났던 그 때 밤 맛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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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