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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에게 길을 묻다 |
| 조은길 |
안개는 고양이걸음으로 불쑥 나타나서 순식간에 둑을 뭉개주었다 늘 둑
너머가 그리웠던 호수는 그때마다 벗은 발로 들판을 가로질러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다 얼굴 붉은 태양에게 목덜미를 질질 끌려 되돌아 올 때까
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호수의 가출 아무 것도 모르는 물새들은 팅
팅 분 호수의 젖가슴에 주둥이를 박고 날개가 자란다 지난밤 안개에 여
자가 빠져죽었다 벗은 신발 속에 긴 유서처럼 온몸에 안개의 지문이 그
어져 있던 여자 날이 흐리자 호수가 둑쪽으로 바짝 다가앉는다 물새들
이 투덜투덜 호수를 따라 자리를 옮긴다 저 새들에게 호수는 벗어나고
싶은 감옥인지도 모른다 날개는 수만 리 하늘 길을 회전해야 하는 지긋
지긋한 형량 같은 것 안개 속에서 안개에게 길을 묻는다 어떻게 저 둑을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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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울 림 |
| 정부교 - 안동 대곡분교 3년 |
집으로 갈 때
큰 덩디를 건너다보고
소리를 질렀다
소리가 거기서도
내 따라 질렀다.
또 내 따라 하나, 하고
소리를 질러대니
거기서 또 소리가 났다.
*덩디 : 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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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현동 개미굴
쓴 사람 : 솜털구름 (오즈홈 오는 미혼의 아가씨)
아현동 개미는 육식을 판다.
빨간 육식을 팔고 산다.
개미들은 각자의
화려한 육식 옷을 입고
앉자 있어야 한다.
그 옆
불 꺼진 가게
어둠 속에서도
백색의 드레스가 뽐내고 있다.
알고 있다.
개미들은
백색의 드레스가
자신들의 빨간 육식 옷보다
훌륭하단 걸 알고 있다.
개미들은 기다리고 있다.
그 언젠가의
소박한 흰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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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