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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우체국 |
| 하순희 |
난(蘭)한 촉 벌고 있는 소액환 창구에서
얼어터져 피가 나는 투박한 손을 본다
"이것 좀 대신 써 주소, 글을 씰 수 없어예."
꼬깃꼬깃 접혀진 세종대왕 얼굴 위로
검게 젖은 빗물이 고랑이 되어 흐른다
"애비는 그냥 저냥 잘 있다. 에미 말 잘 들어라."
갯벌 매립 공사장, 왼 종일 등짐을 져다 나르다
식은 빵 한 조각 콩나물 국밥 한 술 속으로
밤새운 만장의 그리움, 강물로 뒤척인다.
새우잠 자는 부러진 스치로폼 사이에
철 이른 냉이꽃이 하얗게 피고 있다
울커덩 붉어지는 눈시울,
끝나지 않은 삶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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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
| 김종미 - 화천 운수분교 6년 |
비가 오면
학교 가기 싫어진다.
잃어버릴까 봐 우리 엄마는
우산을 안 준다.
여느 애들은
우산을 쓰고 가는데
나만 비료 포대를
쓰고 가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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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비가 와도 그녀는 어김없이 우산을 들고 교문앞에 나타났습니다. 나는 그런 그녀가 너무 챙피해서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지요.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뒷문으로 빠져 나가거나 친구들에게 파 묻혀 도망가곤 했습니다. 그 지긋지긋함은 늘 "애정과 보살핌" 이라는 단어로 포장되곤 하였지요. 나는 그녀가 왜그렇게 창피 하였던지 그 창피함을 극복 하기 까지. 내가 나를 이기는 일 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었습니다. 때로 어떤 선택에서는 댓가와 책임 그리고 애정을 갉아 먹는 세월이 요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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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