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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연 |
| 류숙 |
한밤중,
들메나무 한 그루가 나의 문간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가지에 깃들어 있던 집들을 털어버리고 이파리도 벗어버린 알몸으로
오고 있었다 어디에서 그 나무가 오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이마를 반쯤 숙인 채 나의 문간에 이르러 멈추어
서더니 잠시 쉬어 가려는 듯 문간에 기대어 앉았다 문간엔 어떤 흔들림도
없이 조용하고 들어올린 나무의 얼굴 또한 고요하였다
텃밭 저 건너편의 산이 나무를 따라와 있었다 애초부터 같은
숨에서 태어난 듯이 조용한 숨을 함께 내쉬고 있었다 둥근 나무의
둘레를 이루고 있었다 이윽고 나무는 일어섰다 더이상 나의
문간은 넘어 들어오지 않고 뒤돌아서고 있었다 일어선 나무의 이마에는
그 어떤 기쁨이 찬란히 빛나 그 기쁨만이 문간을 넘어와
한순간 캄캄한 나의 안 마당이 환해지는 듯하였다
열려진 나의 문간 밖에 그 나무가 있었다
간밤 나의 문간에서 얻어간 생각들을 우듬지마다 불립문자로
촘촘히 써 놓고 있는 나무가 있었다 내가 그 문간 아래에 멈추어서도
나무는 여전히 너무도 고요하여 나는 나무의 절대존재 앞에서
막막해져 뒷걸음질 쳐야 했다 그러면 나무는 머리를 수그려
생생한 목소리로 내게 묻는 것이었다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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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지 않으면 보름달이 좋을 때인데
잠시 창 열고 숨 한번 고르고.
밤이 낮 보다 좋을 때가 있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운 주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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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맑은 햇살 한자락에서 보내졌습니다.
